이 책은 미국의 혁심적인 기업들, 특히 IT기업들의 문화적 배경을 탐구하는 지적여행을 떠나게 해줄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다. 많은 경영학 서적들이 분석적이고 체계적이며 기술적인 동시에 수치화된 측면에서 기업들을 분석해왔다면 해당 서적은 관점을 바꿔 비국의 문화적 기반을 지역적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과거 제조물을 생산하는 것에 치중한 2차 산업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정보산업 기반의 3차 산업의 시대이다. 고로 창조력이란 것은 곧 그 나라 산업의 성장동력을 지칭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었다.
특히나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굵직한 기업을 모두 갖고 있는 강대국 미국에 적을 둔 유명 기업들의 배경을 점검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단서를 찾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책에서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원인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피지만 몇가지 키워드로 압축하자면 창조와 공유와 확장, 그리고 평등과 파괴다. 업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저 몇 안되는 키워드로 집약 가능하다 할 것이다.
많은 예시와 근거들이 나오는데 페이스 북의 오너인 마크 주커버그의 경우 학창시절 로마 최대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쓴 아이네이스를 좋아하여 "경계 없는 세계와 국가"라는 표현을 좋아해 회의에서 여러 차례 인용하였다 한다. 트로이에서 도망친 아이네아스가 이탈리아 반도인 로마에 도착하여 원주민과 항쟁 끝에 자신의 일족과 원주민을 통합해 '로마인'이라는 새로운 민족을 창설하여 훗날 로마공화국의 초석을 세운다는 내용이다. 이는 로마 건국 신화를 다룬 이야기로 다민족 융합의 원리를 담고있다.
다양한 문화의 공존 공영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현대의 '유럽'이란 개념도 여기서 나왔다. 다수의 경영인들이 인문학의 큰 영향을 받은 것처럼, IT업계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커버그가 지향하는 개방성, 투명성과 이러한 서사시에서 나온 연속된 개념이다. 소셜네트워크라는 2010년에 개봉한 영화를 보면 애초에 페이스북은 하버드 내부에 사교를 위한 폐쇄적인 소규모 가상공간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주커버그는 주변 학교들까지 네트워크에 포섭하여 현재는 10억명을 돌파하였는데 이는 작품에서 로마인이란 신민족이 탄생한 과정처럼 확장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흡사하다. 물론 영화 자체는 성공신화를 칭송하거나 영웅주의적 묘사와는 거리가 있지만 페이스북이 만들어진 과정을 묘사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다면 한 번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 더 보기 |
작자는 만년에 죽을 때까지 11년간(BC 30∼BC 19) 이 작품에만 열중했는데, 결국 완성을 보지 못하였다. 전 12권이 현존하고 있다. 이 시는 아이네아스의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이다.
그리스군(軍)에게 패배하여 멸망한 트로이의 영웅 아이네아스가 그의 부하들과 함께 패전 후 7년째에 신의 뜻을 받고 각지를 방랑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라티움 땅에 로마제국의 기초를 세우게 된다는 줄거리로서 로마 건국의 역사를 신화의 영웅과 결부시키려는 웅대한 구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 시를 쓴 시기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시대이어서 이 시는 로마제국 찬가라고도 할 수 있다.
출처 |
총 9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붉은색으로 볼드체 처리를 하였다. 문화와 역사, 각종 사건 및 서적과 철학, 인문학, 그리고 인물 등이 다채롭게 등장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일종의 분석서이기는 하지만 좀 거시적이고 간접적인 동시에 기계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인과과정을 밝히며 유기적이게 바라본다는 특징이 있다. 그저 뻔하게 지나칠 내용도 책 속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전개되는 부분이 맘에 들었다.
해제 : 실리콘밸리, 그리고 인터넷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야 미래가 보인다_정지훈 프롤로그 :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신화의 땅이 되었나
1부. ‘하나된 세계’를 만든 미국의 IT 기업들 1장) 왜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는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 애플 vs. 구글 / 웹은 죽어가고 있다? / 웹이 탄생한 배경 /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2부. 문화적 토양이 없는 산업은 아무 힘이 없다 2장) 우리는 모두 히피에게 빚을 졌다 스티브 잡스를 매료시킨 스튜어트 브랜드 / 1970년대에 심어진 PC와 웹 문화의 싹 / 웹 문화 탄생을 위한 사회적 진전들
3장) 하나된 세계’를 상상한 사람들 대항문화와 웹 문화 / 웹 문화의 선구자, 스튜어트 브랜드 / <홀 어스 카탈로그>, ‘전 지구’를 공유하다 / 대항문화의 쇠퇴와 다원적 사회
4장) 혁신은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산업의 요람, 동부 / 전자 시장을 설계한 사람들 / 독립적인 서부 vs. 관념적인 동부
5장) 소셜 네트워크를 실현한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탄생 / 《아이네이스》가 전달한 로마의 메시지 : 공존과 확장
6장) 미국 문화의 힘은 무엇인가 미국 프로그램, 무엇이 미국을 만들었나 / 미국 르네상스, 비주류가 주류가 되다 / 연대가 가능한 새로운 세상 / 평등을 긍정하는 사회 / 다양성의 공존에서 혁신이 시작되었다
3부. 미 국 문화는 어떻게 IT 기업들에 계승되었나 7장) 사회 변혁자로서 기업의 위치 진취적 기획자, 엔터프라이즈 / 엔터프라이즈의 비결 / 대중을 넘어 세계를 상대하다 / 전지구 시대의 기업 경영
8장) 트위터로 완성된 전 세계 네트워크 이익에 앞선 가치를 주장한 이유 / 페이스북과는 다른 트위터만의 특성 / 소셜 네트워크, 세상을 바꾸다
9장) 미래의 비전 : 인간과 기계 비전의 대결, 구글 vs. 페이스북 vs. 애플 / 현실과 허구,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사라진다
에필로그 후기를 대신해 : 웹 시대에 책을 쓴다는 것 참고문헌 |
잡스가 히피 문화에 영향을 받았음은 그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많이들 주지하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패션을 칭하는 단어로 익숙하지만 사실 미국사에서 히피라는 것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큰 획을 긋는 단어다. 책에서는 '대항문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1960년대에 미국 젊은이들이 벌인 운동을 총칭하며 이에대한 하부개념이다.
책에서는 대항문화가 미국에서 서부를 중심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기존에 것이서 탈피하고자 하거나 기존의 질서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문화가 개별 기업에 반영되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겠다. 실제 구글이 지원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알려진 버닝맨 축제를 보면 대항문화의 실체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버닝맨 축제는 미국 서부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8일간 열리는 연중 행사로 실리콘밸리의 정신적 문화적 에너지가 이로부터 공급된다고 알려져있으며, 99년 행사에는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직원들과 함께 참여했을 정도다. 미 전역에서 괴짜들이 몰려오고 물품을 즉석에서 구하며 물물교환하기도 하고 때론 물품을 구해서 만들며 자체적 조직을 만들어 집을 짓기도하는 등 특별한 룰 없이 자유롭고 창의적이게 활동을 할 수 있다.
마지막 토요일 밤에는 버닝맨을 불태우고 커대한 캠프파이어를 즐긴 뒤에 흩어지는데 현장에는 기존의 모든 것을 소모하고 부수며 태우기 때문에 남는 것이 없다. 그리고 거기에서 맺은 인연은 행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이뤄 발전한다. 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다가 다시 부숴서 원점으로 돌리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조직성과 창조성, 개방성을 체험하고 협력을 배운다. 실리콘밸의 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 더 보기 |
대항문화(counterculture)란 한 사회의 지배문화에 순응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거나 충돌을 일으키는 하위문화(subculture)를 의미하며, 반문화(contraculture)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1960년대 기성사회의 주류 문화에 대해 대안적 삶의 방식과 의미 체계를 제시한 사회운동들, 즉 비트(Beat) 세대의 등장, 록문화, 성혁명, 약물문화, 히피문화 등을 들 수 있다.
(중략)
또한 대항문화는 지배문화를 비판하면서 이에 반대되는 의미체계와 가치질서를 통해 문화적 청사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안문화(alternative culture)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항문화는 지배문화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전체 사회문화의 역동성에 기여하는 한편, 문화의 변화를 유도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일상생활의 가치질서를 소중히 여기고, 각 계층, 인종, 성, 세대간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는, 즉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의 지적, 문화적 뿌리가 되었다는 의의를 가진다.
출처 |
주커버그가 고대 로마의 서사시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구글과 애플의 창립자들이 윗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근대적인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들 기업의 배경이 된 미국의 국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제품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것에서 나아가 추구하는 비젼이나 나누려는 가치를 세계인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이 주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글의 과학적 객관성과 페북의 연결성, 애플의 자유로운 인간친화성이 그러하다.
단일 제품이나 현존하는 웹은 순간을 위한 것이지만 가치는 영원하지 않은가. 지속가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개념을 형성하여 구성원과 공유하고 이를 개선하며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 하려는 국내 브랜드의 광고 역사를 보면 제품의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이들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이미지, 즉 그들의 가치와 미래지향적 모토를 홍보하려는 방향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책 자체의 분위기는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나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측면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는 흐름을 알고 있어야 읽기 수월할 것이다. 중간중간에 수시로 낯선 용어 같은 것들을 직접 검색해서 찾아봐야 했다. 물론 평소에 IT분야의 칼럼이나 기사를 꾸준히 읽어왔거나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나 애플 같은 업체에 관심이 있어왔다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모두 읽고나서 미국사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더불어 IT기사를 읽는 눈이 더 깊어진 것을 실감하였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미국 자체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고 싶다면 추천한다. 막연하게 미국은 최강국이며 창의적 나라이고 개방적이기 때문에 IT선두업체들이 나왔다라는 엉성한 생각의 틀에 살을 붙이고 색을 칠하는 책이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