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등장하는 간지의 글부터 인상적인 서적이다.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이라하면 사람들은 벌벌 떨지만 굶주림이라면 동정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책에서는 막상 저러한 질병 보다는 굶주림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죽어간다 말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 밤 굶주린 채로 잠자리에 든다는 것. 현재는 대규모 농장이나 개량된 우수 품종의 재배로 과거에 비해 식량생산량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하겠다. 한편에선 뜯지 않은 포장 식품을 버릴 때 정작 음식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는 미치지 않으니 말이다.
쓰레기통 뒤져먹는 교수님
http://schoool_kino.blog.me/10075487916
책을 조금 넘기면 26페이지에는 세계 지도가 나오는데 2011년 세계의 굶주림 현황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와 같은 제3국의 기아와 굶주림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조차 5프로 미만의 낮은 수치이긴하나 영양실조 상태라는 점이 눈에 띈다. 더 둘러보면 인도나 몽고 같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나라 이름의 경우는 인구의 20-34퍼센트가 영양실조에 시달린단다. 이국적인 느낌의 나라로 종종 신비감을 주는 곳이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고달픈 상황.
대지진이 일어났던 아이티는 진흙쿠키를 먹는 곳으로도 알려진 나라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한창 영양공급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조차 진흙과 채소쇼트닝과 소금, 물을 섞어 만든 이 진흙 쿠키를 어쩔 수 없이 먹는다. 이들 나라는 기본적인 식량의 물가가 비싸다. 가난한 가정에서 고기를 먹고자 하면 기르던 염소를 죽이는데 이후에는 아침 식사 때마다 마시는 젖을 얻을 수 없다. 앵겔지수가 대단히 높아 미국과 비교한 자료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소말리아에서는 식사를 위해 쓰레기장을 뒤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단은 진흙쿠키에 관한 링크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22654&cid=293&categoryId=1482
http://blog.naver.com/paros81?Redirect=Log&logNo=120058853175
그렇다면 세 명 중에 한 명은 비만이라는 미국은 과연 어떠할까. 아까 언급한대로 비율상 낮긴하지만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으며, 연방 정부가 개선을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금을 제공하지만 이를 모든 가정이 충분히 누리지는 못한 실정이다. 미국 농무성은 이들을 '식량 불안정 상태'라고 부른다. 아무리 국가적으로 부유하더라도 모든 국민의 자금사정이 한결같이 좋을 수는 없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여기서 문제되고 있는 비만의 근본적인 부분이 영양을 제대로 섭취 못하는 사람들과 닿아있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 미국은 자금력이 좋은 사람들의 경우 주로 교외에 마당이 딸린 널찍한 주택에 살며,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없는 이들은 도심 부근에 산다. 비만의 문제는 운동부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식이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양질의 재료로 시간과 공을 들여 요릴를 하거나 건강까지 고려한 괜찮은 요리를 일단 먹어야 하는 것이 기본.
이를 위해서는 주변에 그러한 물품을 판매하는 식료품점이나 음식점
이 존재해줘야만 하는데, 대도시 중심부에는 가격대가 높은 유기농 채소나 농산물 직거래 장터는 구사하고 슈퍼마켓 자체도 많지가 않다. 식료품점이 있더라도 구매해 조리하기 귀찮고 한끼 식사에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치뤄야 한다면 근처에 값싸고 열량 높고 맛 좋은 패스트푸드를 찾게 된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결국, 값싸고 구하기 쉬운 음식이 건강을 망치는 것을 알더라도 악순환이 반복된다. 비만인 사람들의 찬장이 비어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는 관련 단체의 관계자의 말은 여기서 연유한 것이다.
도움글_먹거리에는 세상 모든 것이 담겨 있다 1. 굶주림과 싸우는 사람들 2. 공장식 농업의 빛과 그림자 3. 산업화된 농업 :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다 4. 기후 위기가 가져온 변화들 5. 프랑켄슈타인 식품 6. 우리가 먹는 음식 지키기 7. 먹거리와 정치가 만나다 닫는글_어떻게 하면 미래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용어설명 더 찾아볼 만한 자료들 찾아보기 사진출처 |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교양서적이라 읽기 쉽고 다양한 사진과 이미지자료 및 도표가 첨부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으며 보는 재미가 있다. 음식이란 주제를 두고 세계의 기근이나 유전자 변형제품과 식품의 안정성, 기후 및 정치적 문제와 국제기구들의 노력 등등 나올 수 있는 주제들과 관련 이야기들을 거진 다 다루고 있다. 또한 부록으로 학생들이 어려워할만한 용어해설을 모아놨으니 아이들에게 어려운 용어가 나오더라도 참고하기도 수월하다.
또한 찬반론이 나오는 유전자변형 작물과도 같은 중요한 잇슈는 학생들의 균형잡힌 시각을 위해 양측 입장에 대해 모두 살핀다는 점이 장점이라 하겠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어린 친구들은 관련지식이 아직은 부족해 유전공학의 밝은 점만을 보기 쉽고,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란 막연한 상상는 경우가 많으니 이 책을 통해 기술의 명암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더해서 이런 과정을 거치며 거시적 관점에서 본질을 보는 능력을 키웠음 한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이 몇가지 있는데, 일단 책을 여는 도움글이 식품영양학자나 생명공학자의 글이 아니라 경제학자의 글이었단는 것.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인간적인 생활이 불가하기 때문에 이들은 항상 문화를 살필 때 반드시 집고 넘어가는 부분이며 동시에 여러 나라의 경제지표를 점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심각한 것은 이런 중요한 식량 문제가 자본과 힘의 논리에 의해 자유무역이 반강제적 이뤄지는 시대에 일종의 무기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많은 3세계 농민들이 경제적, 역사적인 이유로 수출용 작물을 생산하려 곡물 재배를 포기했고 이러한 이유로 현재는 주곡인 쌀 등의 자급력이 과거에 비해 극히 떨어진 상태다.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가나는 자급용 곡물이 아니라 영국의 초콜릿 공장을 위해 카카오 농사를 짓는다. 만일 이곳에 기상이변이나 해충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문제가 발생해 카카오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주곡의 자급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그저 돈벌이가 안되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당장 굶어 죽지 않을 걱정을 해야만 한다.
곡물은 식용작물과 에너지용작물로 나뉜다는 사실을 아는가? 과거에 가축과 사람이 곡물 소비를 했다면 이제는 옥수수로 에탄올을 만드는 등 농산 연료까지 활용도를 넓히고 있기 때문에 곡물 가격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돈이 되기만 한다면 귀신처럼 정보를 알고 투기세력이 몰리기 마련이라 06년 이후에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자본이 곡물시장에 유입, 전체 거래의 50% 이상에 이르렀다. 먹고 사는 기본적인 일이 결국 투기자본의 먹이가 된 것이다.
다만 부연하자면, 이렇게 곡물에 투기를 하는 모습은 오늘날에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일과 스케일상 비교하기 곤란하지만 옛날엔 어느 나라에서든 기근이 들면 고리대금에 곡물을 이용했다.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도 당시에 사재기 일삼은 무자비한 곡물상이었다는 연구가들의 주장도 있다. 기상이변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 세계화 된 현재는 곡물시장이 더욱 복잡하니 식량문제는 당장 문제가 없어 보이는 우리나라도 항상 대비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다.
셰익스피어는 사재기 일삼은 무자비한 곡물상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6787428
그리고 비축 곡물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식량원조가 너무나 늦어 굶어 죽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 책에서 알게 됐다. 가장 많은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는 미국인데 원조 장소에 도착하려면 4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작물을 길러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미국 법률에서 원조 식량은 반드시 미국에서 생산된 식량이어야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 또한 75%이상은 미국 수송 회사를 이용해야만 한다고 정해서 중간에 거치는 물류과정은 비효율적으로 복잡하다.
지구반대편에 아사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잔인하고 끔찍한 규정이긴하다. 하지만 원조를 하게 되면 그만큼 이득을 챙기지 못하는 농업 단체와 관련된 경제적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집단의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긴급을 요하는 인도적 조치에 이런 조항을 넣은 것이다. 이후 꾸준히 비판이 일자, 이를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로비를 벌여 법은 형행대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양껏 매일 물을 쓰는데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면 갸우뚱하듯이, 매일 잘 먹고 잘 지내는데 식량문제라고 언급하면 뭐가 분명 이상하게 느낀 이들도 이 책을 보면서 해당 사안을 대하는 식견이 넓어졌으리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제에 관해 넓은 범위를 다루는 만큼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교양을 위해서는 성인을 위해서도 충분한 정도니 일독을 권한다. 하단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유전 공학, 과연 이로울까?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6350343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