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뇌 - 뇌는 승리의 쾌감을 기억한다
이안 로버트슨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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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라는 단어 때문에 상당히 과학적인 단어들이 많이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책의 많은 부분을 스토리텔링에 할애한 서적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승리를 과학적 견지에서 전달하려는 애초의 목적을 잃지 않고 견고하게 지어진 성처럼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탁월한 이야기꾼 같다. 1장인 피카소 아들에 관한 이야기만해도 시작부터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사회과학 분야임에도 건조하지 않은 매력적인 문체가 단연 돋보이는 책으로 모든 파트에는 굵직 한 관련 사건이 등장하고 지은이는 무한한 과학적 호기심과 질문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역사에 남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대개가 승자이며 이들에게 유리하게 적혀지는 것이 흔한 일이다. 승리라는 단어는 이외에도 여러가지 많은 장점임 많은 달디 단 초콜렛과도 같으며 한 번 집어서 맛을 보면 잊지 못하고 빠져들게 만들기에 마약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단지 객과적으로 달콤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여기에 끌리는 것일까? 혹시 승리라는 단어에는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사회적 공식이 있는 게 아닐까? 그도 아니라면 승리자들에겐 어떠한 생물학적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승리라는 단어를 거머쥐면 자연히 권력이 따라 붙고 상당히 유리한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승리한 사람들이 그렇지 아니한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과연 이러한 부분은 타고난 생물학적 성향 때문인지 환경적인 문제인지에 관한 탐구해왔다. 또한 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비윤리적이고 반이성적인 태도를 보여 인류를 궁지에 빠뜨린 전례를 돌아보면 승리에는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가 뒤따르는지도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거액의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부를 주체못하여 후일 빈곤하게 지내는 이미지 같은 것 말이다.

 

 저자 이안도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인물 중에 한 명으로, 과연 무엇이 승자를 만드는지에 대한 분석을 뇌과학적 시각으로 접근하여 이 책에 그 결과물을 담고 있다. 이안은 아일랜드 인지신경과학자로 신경심리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다. 그가 지은 10여 권의 과학 서적 중의 다수가 인지재활 분야의 교과서로 뽑힐 만큼 유명하다. 현재는 사람의 뇌가 경험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가 하는 주제를 놓고 집필과 강의를 한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의 전반적인 구성은 점진적이다. 후반에 서두에 언급한 내용을 다시 가져다 쓰는 경우가 있고 이전 장들의 이해를 전제로 책이 전개되기 때문에 파트대로 차례차례 읽는 것을 권한다.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타고난 스트레스 저항력이나 애초에 정해져있던 주변의 환경에 의한 지배를 받지만, 스스로 외부세계를 통제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과 자세가 어느 정도 의지화되어 강하게 내재된 상태인지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1장 피카소 아들의 미스터리 
: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의해 승자 혹은 패자가 결정될까?

2장 변신 물고기의 미스터리
: 우연이나 환경은 승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3장 토니 블레어의 미스터리
: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어떻게 변할까?

4장 아카데미상의 미스터리 
: 왜 우리는 그토록 이기고 싶어 할까?

5장 전용 제트기를 타는 CEO들의 미스터리 
: 승리에는 반드시 부정적 결과가 뒤따를까?

6장 진정한 승자의 정신
: 무엇이 승자를 만드는가?

 

 

 

 뇌과학에 관점에서 봤을 때 생물학적인 기본이 누구나 다르지만 경험을 통해 뇌는 다채로운 변화 과정을 겪고 무수히 다른 결과를 양산하므로 결정론이 아니라 비결정론에서 출발하는 책인 것이다. 한 실험에서 조장이란 자리를 배정 받아 사소한 권력의 기운을 걸친 사람들은 평소에 전혀 보이지 않던 거만하고 정리되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지위가 그 사람의 뇌에 권력의 맛을 보게하자 뇌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반응한 것이다.

 

 책에서는 몰락한 CEO가 등장하는데 학창시절에는 그저 평범하고 소탈했던 남자가 회사 꼭대기에 올라서자 얼마나 거만하게 변했는지를 묘사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이 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 자리에 오르면 그럴만한 요소가 우리 뇌 속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CEO나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이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 요소에 대해서도 찾아나서는데 그것이 후반에 나오는 권력을 다루는 개인의 내면과 외부의 통제시스템에 관한 것이었으며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해당 서적은 승리에 관한 조건을 개별 사건을 통해 짚어 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사실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진정한 승리에 관한 것, 그리고 권력과 뇌에 관한 것이다. 진정한 승리자는 권력에 도취되어 오만을 부리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잘 통제한다 느끼는 자아가 사실은 위험한 맹견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먹이가 되지 않기위해 이를 멀찍이 떼어놓은채 사회적 원칙에 충실하도록 목줄에 단단히 죄어놓는다고 설명한다.

 

 골목길에서 딱지치는 아이들 중에 가장 많은 딱지를 얻어 승리를 쟁취한 아이는 나라의 근간과 세계의 정세에 영향을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승리의 정점에 서서 정재계를 흔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문제는 다르다. 지은이는 규제 받지 않는 권력은 이를 휘두르는 독재자의 뇌 기능을 망가뜨려 부정부패를 부르고 권력을 남용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제대로된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들은 책임에 관련된 제도를 정교하게 발전시켜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선거나 사법부의 독립과 언론의 감시 같은 것들이다. 삼권분립도 맥을 같이 하는데 그저 우리가 힘의 균형을 통해 독재를 방지한다고만 알고 있는 것들을 저자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력에 도취된 나머지 뇌 손상을 입지 않도록 돕는 체계라는 것이다.

 

 책을 모두 읽은 이후에도 승리의 조건에 대해 공식처럼 답을 명쾌하게 내릴 수 있지는 않았다. 그것이 마치 사랑에 빠지는 것을 공식으로 정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다만 해당 서적에서 만난 승리란 기존에 접했던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서도록 하는 무언가였다. 행간에 들어찬 사회적 생물학적인 부분과 운적인 측면 및 경험까지 각종 요소가 어지럽게 얽힌 복잡하게 얽혀 흥미로움으로 점철된 거대한 이야기 덩어리를 만나고 있노라면 '힘'이란 추상적 단어를 보다 가깝게 음미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월가와 같은 금융 시장을 물론이며 정치가들의 집무실은 물론 우리네 가정까지 옮겨다니며 신경학은 물론 인지 발달 심리 사회학등을 이용해 섬세하면서도 치밀하게 우리들 실체에 한 걸음 더욱 다가가도록 돕는다. 읽어보면 내용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구성을 맛깔나게 극적으로 이끌어가려는 저자의 테크닉 때문에 조금 긴장하며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었다. 모든 예시가 서구사회의 것이지만 읽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검색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 줄로 정리된 명쾌한 해답은 없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승자가 결정나는지에 대한 전천후 분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제시해주는 책인 동시에 권력을 가진 기성에 체제에 대해 건강한 경계심을 갖게 해주는 양서였다. CEO나 정재계에 인물들은 한 번씩 꼭 읽어봤음 하는 책이며, 뇌과학과 사회과학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길만한 서적이라 생각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손에서 놓기 어려운 책이었으며 승리의 면모를 구석구석 살피는 지적 향연의 연속이었다. 대학생정도부터 읽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기존에 서평한 서적.


스마트한 선택들 - 롤프 도벨리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8714577 

 

새로운 무의식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http://blog.naver.com/lawnrule/120179727875

 

몸짓의 연애 심리학 - 토니야 레이맨 

http://blog.naver.com/lawnrule/120176525974

 

이모션 -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군중행동 - 에버릿딘 마틴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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