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기 좋은 날 - 이민수 선생님의 다정한 독서 수업 함께 걷는 교육
이민수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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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중, 고. 

  초등학생의 귀여움과 고등학생의 진지함에 비해 중학생은 조금은 애매하고 밍숭맹숭한 시기. 그래서 중학생의 마음을 기꺼이 움직이게 만드는 일에는 조금 더 세심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각자 하고 싶은 대로 놀아보자!도 아니고 함께 책을 읽자고 할 때는 더더욱. 이 책은 그 섬세하고도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어느 중학교 국어 선생님의 독서 교육 이야기이다.

 

  책을 펼치고 몇 장 읽지 않아서 소개된 <소설처럼>에 나온 '독자 권리 장전'을 보며 이민수선생님이 책에 대해, 독서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떤 마음에서 출발했는지 감이 오면서 내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너무 쉬워도 너무 어려워도 안되고, 수행평가에 적당하면서, 재미도 있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면서 학년 수준에도 맞아야 하고, 성취 기준도 떠오르고 등등등. '독자 권리 장전' 덕분에 그 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에 앞서 늘 머리에 맴돌던 겹겹의 생각을 살짝 털고 책을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독서 수업을 한다면 늘 마음에 머무는 고민. 책 읽기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책을 읽힐 수 있을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교사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달려있다.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막막한 답이다. 그 막막한 마음에 바람길을 열어 줄 책이 바로 이 '함께 읽기 좋은 날'이다.  

  이 책은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한 후 쉬우면서도 좋은 책 목록을 준비하고, 책 읽을 계기를 분명히 제시하는 일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결국 그 수업이 어디에 이르는지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면, 재미와 분명한 주제 의식을 기준으로 책을 고르고 그 목록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는 이민수선생님의 교실에 있는 기분이다. 선생님의 목록은 가득 핀 벚꽃이 되어 아이들이 자연스레 읽고 이야기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창과 방패를 지닌 기사가 되어 독서 수업을 지켜내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조금은 예상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이 책은 독서 수업 방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 거기에 이 책의 진짜 매력이 있다. 

  우선 중학생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떤 책이 좋았는지, 책을 읽고 어땠는지. 내가 들었던 이야기 나오면 어디서 아는 사람 만난 듯이 반갑다. 또 한편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나 샘이 날 정도로 생생하고 깊이 있는 아이들의 속사정도 나온다. 이를 통해 내가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그리고 지금도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중학생인 내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고, 내 독서 수업을 준비하는 데 든든한 밑천이 된다. 

  두 번째, 아이들의 마음을 주욱 당겨서 사회 어느 지점과 연결되어 있는지 짚어준다. 학교가, 아이들이 섬이 아니라 사회가 만드는 크고 작은 파도의 영향을 끊임 없이 받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은 책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아이들이 자극적인 소설을 찾는 이유부터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언어의 양은 공평한지, 육체보다 정신의 우월함을 믿고 살아온 그간의 일들,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진로 독서 시간 등 선생님이 연결 짓는 끈을 따라가다 보면 보는 눈을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끝으로 선생님은 학교와 수업을 지탱해오고 있는 경쟁 논리에 지친 마음을 다독인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에서 직접 확인하길.

  독서 수업 잘 해보려고 읽은 책이었는데 위로 받으며 책장을 덮었다. 

  '그럴 때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라는 노래 가사처럼 손 닿는 곳에 두고 언제든 꺼내 읽고 싶은 책을 국어 교사에게 적극 추천한다. 물론 중학생 자녀를 둔 보호자에게도!


 이민수선생님을 만나게 된다면 묻고 싶은 점. 읽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아이에게 '선택의 자유'보다는 목록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궁금했다. 옷이나 음악처럼 책도 개인의 취향인데,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학교 교육 안에서 독서 취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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