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 맹맹꽁! 달고나 만화방
하민석 지음, 유창창 그림 / 사계절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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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헐~ 무슨 삼촌이 이래.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아이가 몇 개월이었더라, 한창 집에만 있으면서 이런저런 인터넷서핑에 굉장히 긴 시간을 보냈다. 그 때  아기들의 대표 그림책 '달님안녕'을 알게 되었고, 나도 하나 사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다. 책이 도착하고 박스를 열고 책을 1분만에 읽은 나의 소감. 무슨 책이 이래. 너무 짧아서 내용도 없고 그림도 심하게 단순하고. 무슨 책이 이래,하는 의문만을 남겼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아이의 표정을 보며 책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정신차려 맹맹꽁!>을 처음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정신없이 사는 도깨비 삼촌의 이야기를 읽으며 무슨 책이 이래, 했다. 조카랑 놀러 다니며 벌이는 사건도 삼촌이 조카에게 시킬 일인가 싶고. 그런데 초4 아들 녀석은 재밌다고 읽고 또 읽는다. 읽으면서 재미난 장면을 보여준다. 화장실 교실에서 공부하는 두꺼비, 얼굴이 바뀌는 두꺼비 등을 보여주며, 대사도 따라한다. "두꺼비 해방을 위하여!"하면서 다닌다. 그래? 그 정도야? 하는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읽으니 황당한 모험이 재밌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 삼촌이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아이가 재밌다며 들려준 내용을 보고 읽으니 도깨비 삼촌이 다시 보인다.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다. 아이들은  이런 삼촌 한 명 정도 바랄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와 알록달록 활기 넘치는 그림 사이사이에 애잔함이 있다. 신나게 놀고 장난치고 싶은 마음 한 켠에 있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읽을 수가 있다. 하민석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름을 처음 들어봤는데 즐거운 정신없음과 애잔한 그리움의 오묘한 조화를 보고나니 작가의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평소 나의 책 선택에서 만화책은 선택의 범위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몇몇 중3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중3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도깨비삼촌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생각하며 이 책의 재미로 꼽았다. 나는 처음 책을 읽고 '무슨 삼촌이 이래'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이다. 내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나 할까. 시간과 나의 에너지는 한정적이고 책은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다보니 항상 책 선택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선택의 범위를 넓혀서 만화도 포함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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