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우관 사계절 아동문고 91
정명섭 지음, 이예숙 그림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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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금이 작가님의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를 읽은 후 ‘역시 이금이, 역시 사계절’이라며 감동하고 있던 중에 사계절에서 역사동화 ‘사라진 조우관’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재미난 얘기일까, 조우관은 누구일까, 왜 사라졌지, 라며 첫 장을 펼치고 배시시 웃었다. 조우관은 사람이 아니라 머리에 쓰는 관이었다.

조우관이 사라지고 을지문덕장군이 찾아 나선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년 을지문덕이다.
을지문덕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 우리 아이도 장군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을지’가 성이고 ‘문덕’이 이름이라는 것은 새삼스럽게도 좀 신선했다. 을지문덕장군을 아는 이든, 모르는 이든 ‘문덕’이라는 똘똘한 녀석을 만날 수 있다. 엄마에게 혼나서 기죽고, 경당에서 선생님께 칭찬받아서 기분 좋아하는 소년 ‘문덕’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욕살, 말갈족 등 굳어있던 단어가 이 책 속에서 살아나서 움직인다. 이런 생생함과 범인을 잡는다는 줄거리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낸다. “엄마, 범인이 누구야?”하면서 책을 잡고 있는 우리 아이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문덕이가 던지는 질문이다. 인상적인 문덕의 질문을 적어본다.
“무엇이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만듭니까?”
“어떤 것들이 살인을 저지르게 하고, 물건을 훔치게 만드는 겁니까?”
“나머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게 과연 정당할까?”
“왜 그래야만 합니까?”
“그게 나쁜 건가요?”
문덕과 설천이 나누는 대화를 찬찬히 듣다보면, 어느 인문학 책에 나올법한 질문이다. 관리들이 부패하는 이유를 묻기도 하니 요새 시국이 절로 떠올랐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에 대해 문덕이 묻는다. 왜 그래야하냐고, 그게 나쁜 것이냐고. 그 질문을 따라가다보면 꼬맹이 문덕이는 어느새 똘똘한 소년이 되어있다. 무엇이 문덕이를 자라게 했을까? 문덕이가 던진 질문들이다. 범인 잡는 추리 동화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니 놀랍다. 작가님의 힘이리라. 5,6학년 아이들이 읽는다면 질문부분만 따로 뽑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겠다.

책 속에서 문덕의 스승은 문덕에게 ‘말의 힘’에 대해 얘기한다.
나는 책을 읽으며 아이를 자라게 하는 ‘질문의 힘’을 느꼈다.
무엇이 아이를 자라게 하는가? 어른이 알려주는 정답이 아닌, 아이 스스로 던지는 질문을 통해 아이는 자란다. 어른의 몫은 아이가 스스럼없이 마음껏 질문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밭에 함께 서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읽으며 설천이 문덕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살펴봐야겠다.

앞으로 어디에 ‘조우관’이 나오든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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