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주인이 되는 시간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한성우 지음 / 창비교육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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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시옷은 규칙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렇게 외우기 어려우면 규칙이 소용이 있나? 

  비단 사이시옷에 국한된 질문이 아니다. 

  영어에 비하면 띄어 쓰기가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닐까? 

  된소리 발음을 많이 하는 것도, 사물이 주어가 되는 문장도, 말 함부로 줄여쓰는 것도 모두 별로라고 하니 내 국어 실력이 별로인 것이로군. 

  이 책은 내 마음 속에 늘 뜨뜨미지근하게 머물고 있던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나하나 챙겨서 답해주고 있다. 질문을 떠올리면서도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모르는 탓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당당하지 못했는데, 글쓴이가 떡!하니 먼저 질문을 해주니 얇팍하게 나마 내 질문을 둘러싸고 있던 죄책감이 벗겨지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했던 질문이 뭘 몰라서 했던 것이 아니라 당여한 것이었네, 이런 책의 소재가 되는 멋진 질문이었네, 하는 생각에 어깨를 폈다. 

  그러면서 문법을 조금 쉽게 풀어 놓은 에세이류가 아닐까하는 마음으로 읽어갔다. 

  "뱀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징그러워서 싫답니다. 그렇다면, 뱀을 왜 징그럽게 느끼는 것일까요?" 떠올리기도 싫은 뱀을 이 책에서 들어야하다니, 더군다나 뱀은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싫은데, 그것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길쭉한 몸에 다리도 없고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어서 그렇답니다. 모든 생명체가 저마다의 모습을 타고난 것뿐인데 그것을 왜 징그럽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지물이 여기까지 이르면 답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혐오의 본질은 ''다름'과 '익숙하지 않음'에 있을 것입니다. 자신과 다르고,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싫은 것일 뿐입니다. 혹시 된소리와 거센소리에 대한 우리의 느낌도 뱀에 대한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뱀이라니, 상상만으로 징글징글하다고 있는 차에 글쓴이는 된소리와 거센소리 카드를 꺼낸다. 이런 글쓴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문법교양서라는 생각은 슬그머니 사그라든다. 우리말이 이렇고, 우리글은 저렇다가 아니라 팔닥팔닥이는 말과 글이 있고, 그 주인이 우리라는 점을 일꺠워주는 '주인정신 기르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기분이다. 

  글자로만 만났던 '요오드'는 언제, 왜 '아이오딘'으로 변신할 수 밖에 없었는지부터 당장 이 집 저 집에서 쓰고 있는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처남', '처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어떠한 태도로 바라볼 수 있는지 들려준다. 

 특히 도드라진다고 느끼지 못했던 '노찾사', '아나바다'가 '쫄면'을 거쳐 '케바케'와 'ㅇㅈ'에 이르는 길은 그 말을 알든 모르든, 말의 하인이든 주인이든 피해갈 수 없는 길이라 아직 이 책을 모르는 이들에게 같이 걷자고 소문내고 싶은 길이다. 특별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서 인터넷 좀 하는, 줄임말 좀 아이는 아이라면 충분히 함께 읽으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부분이지 싶다. 

  마지막으로 글쓴이가 강조한 "말의 주인은 늘 옳아요."라는 말을 기억하고 싶다. 많은 이들의 염려처럼 글쓴이의 맹목적 믿음이 우려되기 한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이것도 모르니'하면서 누군가를 규제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우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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