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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
케네스 E. 베일리 지음, 오광만 옮김 / 이레서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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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 Peasant (1976)


I. 저자 소개


Kenneth Bailey는 20세기의 신약 학계에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이 책 <시인과 농부>는 그의 박사논문이며,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이다. Bailey를 대변하는 수식어는 "중동"이다. 그의 학술적 배경에는 약 40년간(1955-1995) 교육받고 학자로서도 지냈던 중동의 삶이 있다. 그는 이집트, 레바논, 예루살렘, 키프로스/사이프러스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지냈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탁월하게 공헌한 신학의 두 분야로서 비유 해석학과 구전 전승을 언급할 만 하다. 비유 해석학은 잠시 후에 확인하고, 먼저 구전 전승을 잠시 언급하도록 하자. 이와 관련한 Bailey의 대표 논문은 다음과 같다.
 
Bailey, Kenneth. <Informal Controlled Oral Tradition and the Synoptic Gospels> Asia Journal of Theology 5:1 (1991) 34-54.

이 연구에서 Bailey는 자신의 중동 생활과 학술적인 논증을 토대로 구전 전승 모델을 제안한다. 그 후 신약학자 James Dunn과 Richard Bauckham의 구전 전승 역시 핵심적인 차원에서 Bailey의 주장을 의존한다. James Dunn은 <Jesus Remembered>에서 이미 Bailey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그리고 Bailey가 주장한 구전 전승에 대해서 Dunn과 T.J. Weeden Sr의 논쟁이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Historical Jesus 7 (2009)에 <Kenneth Bailey's Theory of Oral Tradition>라는 동명의 제목으로 나란히 수록되었다. 또한 Richard Bauckham은 <예수와 목격자들>의 10장에서 목격자 전승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전 전승을 논증하면서 Dunn과 Bailey의 구전 전승 모델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약의 구전 전승은 오늘날 가장 활발한 쟁점 중 하나이며, 그 토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학자 중 한 사람이 바로 Bailey이다.

* 구전 전승의 다양한 연구들은 Terence C. Mournet의 <Oral Tradition and Literary Dependency: Variability and Stability in the Synoptic Tradition and Q> (2003) 3장을 보라. 그는 James Dunn의 제자이고, 이 저술은 WUNT 시리즈로 출판되었다(2005). 논문 링크: http://etheses.dur.ac.uk/3688/)

이제 <시인과 농부>를 본격적으로 살펴볼 차례이다. 이 책은 1976년 미국에서 발간되었으며, 그의 Concordia Theological Seminary 박사 논문이다. 여기서 출판 연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1970년대는 신약학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우선 역사적 예수 탐구가 제 3기(3rd Quest)로 접어들었던 시점으로 평가 받는다. 1977년에는 E. P. Sanders가 <Paul and Palestinian Judaism>을 출판했다. 복음주의 학자들이 1973년 Tyndale Fellowship for Biblical and Theologica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들은 Howard Marshall이 편집한 <New Testament Interpretation>(크리스챤다이제스트)으로 나왔다. 이 저술의 내용들이 오늘날 상당 부분 유효한 것처럼, Bailey의 저술도 마찬가지이다. 즉 사회적인 차원에서 성서 본문과 인물들의 재고찰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이후 40년 동안 Bailey의 접근과 제안은 광범위하게 설득력을 얻었고, 많은 학자들과 저술들에서 동일한 주장이나 입장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시인과 농부>를 읽을 가치가 분명하다. 첫째, 우리는 학문적으로 최고 수준의 신약 해석학을 만끽할 수 있다. Bailey는 이 박사 논문으로 전 세계의 학자들을 매료시켰다. 단지 참신함이 아니다. 그 너머에는 학술적인 논증이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둘째, Bailey가 제안하는 구체적인 비유 해석을 통해서 해당 비유의 핵심적인 메시지 뿐만 아니라 다른 비유들에 접목시킬 수 있는 많은 문화적 근거를 얻을 수 있다.





II. 책의 특징


1. 방법론


당대의 비유 해석학의 문제와 풀리지 않은 과업을 제안한다. Bailey는 비유 해석학에 큰 영향력을 끼친 대표적인 학자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역사적-종말론적 접근: C. H. Dodd, Joachim Jeremias
- 미학적 접근: G. V. Jones
- 실존주의적 접근: Dan Otto Via, Eta Linneman

물론 Bailey는 Adolf Jülicher에게서 출발하고, John Dominic Crossan 등 여러 학자들을 아우른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 학자들의 비유 해석학으로는 성서의 비유를 올바르게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의 제안하는 접근은 (1)중동 문화, (2)문학 유형을 고려하는 비유 해석학이다.

여기서 그가 수십년동안 경험한 "중동 문화"가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그는 문화적인 이질감에서 비롯된 오해와 격차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비록 많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팔레스타인 배경에서 비롯된 비유의 원래 의미를 보존하는 작업에서는 실패했다. 그래서 Bailey는 '동양적인 주해(oriental exegesis)'를 제안한다. 한 마디로 중동의 농부들의 삶 속에서 발견하는 일상 경험을 비유의 배경에 놓는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Bailey의 결정적인 혁신이다. 이전에도 중동 문화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Bailey가 스스로 주장하듯이 그 노력들은 학문적이거나 학술적인 노력이 아니었다.

둘째 요소인 '문학 유형'에서 그가 의존하는 기법은 교차대구법(Chiasmus)이다. Bailey의 독자적인 문학적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Nils Wilhelm Lund의 <Chiasmus in the New Testament: A Study in the Form and Function of Chiastic Structures>(1942)에 근거한 교차대구법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Jeremias 역시 동일한 주제(Chiasmus)로 글을 작성했지만, Lund의 책을 혹평했다. 그러나 1970년대 성서 해석에서 문학적 접근이 활발하게 지지를 얻어가는 과정에서 Bailey는 이 <시인과 농부>라는 비유 해석학 저술로 순식간에 정점에 오른다. 20세기의 비유 해석학은 Bailey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고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제 <시인과 농부> 본론을 평가해보자.


2. 내용 및 평가

그는 <시인과 농부>의 2부에서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비유들을 선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가 본문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연구를 위해 선정된 성서 본문들은 소위 누가복음의 예루살렘 여정 본문(눅 9:51-19:48)에 포함되어 있다. 예루살렘 여정에는 전승 단위들을 구분하고, 각 단위의 주요 주제를 밝히기 위해서 중요한 유익을 제공하는 매우 정확한 문학적 개요가 들어있다. 이런 이유로 이 예루살렘 본문의 구조를 검토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문학적 접근으로 복음서의 비유를 접근할 때, 치밀하게 배치된 그 구조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1) 중동 문화의 배경, (2) 대구 구조(Chiasmus)라는 문학적 접근 방법은 비유가 처음 전해지고 기록한 당시의 그 해석학적인 지평을 밝히려는 시도이다. 다시 말하면, Bailey의 목적은 성서 비유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아랍 문화권와 그곳의 신학적인 성과는 비중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Bailey의 공헌은 획기적이다.

그의 문화적 접근법이 잘 드러난 사례는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비유의 핵심은 주인의 "자비와 너그러움"이다. 오늘날 독자들은 주인의 "자비"를 파악하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청지기와 주인의 말과 행위 사이의 공백,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배후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중동 문화"이고, 결정적으로 그 문화에서 생활하고 성장한 사람들의 '중동의 성경 주석들'이 그 공백이라는 안개를 몰아낸다.

Bailey는 이집트 카이로의 신학자 Ibrahim Sa'id의 누가복음 주석을 거의 항상 인용한다. Sa'id는 Emil Brunner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과 친분이 있으며 학문적으로 여러 저술들을 남겼지만 아랍어로만 출판해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Bailey는 중동의 문화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할 업적이 Sa'id에게 넘친다고 평가한다. Bailey는 불의한 청지기 비유에서 한결같이 Sa'id의 입장을 따른다. Sa'id는 이 비유의 상황이 '빚진 자들은 임차인, 땅이라는 부동산을 농부들에게 임대해준 배경'이라고 명시했다. 배경에 관한 가장 큰 오류는 중동의 땅 주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재산에 무관심하고, 재산 관리인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비유에 등장하는 주인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빚진 장부의 내용을 청지기가 아니라 빚진 사람들이 바꾸라는 대목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청지기의 무죄를 주장할 수도 있지만, 장부는 전적으로 청지기의 책임이다. 

이 책의 절정은 사실 탕자의 비유이다. 하지만 <십자가와 탕자>라는 제목(킹덤북스, 2015)으로 이 내용의 요약본이 번역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몇 가지 사실만 살펴보겠다. Bailey는 Ibn al-Tayyib의 11세기 아랍어 주석을 필사본에서 직접 번역해서 섬세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탕자가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는 "품꾼의 하나 보소서"라고 말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아버지를 만나서 이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Ibn al-Tayyib은 아버지의 사랑을 봤기 때문이라고 주석한다. 사랑이 입증되고 눈 앞에 드러났기 때문에 탕자는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외에 다른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또한 "품꾼의 하나로 보소서"에서 "보소서"의 신학적인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Bailey는 885년에 필사된 Vatican Borgianus Arabica 95에서 아랍어 번역을 가져온다. 이 아랍어 동사(isna' ni)는 헬라어 동사(poieo)와 상응하며, 그 함의는 결국 신약에서 "하나님의 도우심과 구원하심"을 언급할 때, 활용되었던 용례들과 연결시킬 수 있다. 즉 아버지를 향한 탕자의 요구는 아버지의 능력의 차원에서 얼마든지 실행 가능한 부탁을 드리는 셈이다. 또한 품꾼이라는 지위가 단지 보잘 것 없고 비천한 신분이 아니라, 물질적인 빚을 갚음으로써 도덕적인 책임감을 감당하기에 충분하고 대우가 어느 정도 보장된 지위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셀 수 없이 많은 통찰을 섬세한 기교와 함께 신학적으로 정당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비유를 해석하면서 여러 사소한 오해들이 누적되면,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오해들을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마리아 비유 해석이나 여러 교부들의 무분별한 알레고리 해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Bailey는 오해를 벗어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탁월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중동 생활과 중동 신학 저술들을 소화할 능력이 충분했기 때문에, 복음서 상황에서 성서 비유의 분명한 의미를 밝히려는 그의 시도는 성공적이다. 심지어 중동 생활에서 겪은 일화도 성서 해석에 이바지하고, 그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마을 주민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복음서 비유의 구체적인 배경과 상황을 우연성이나 개연성 이상으로 논증하기 때문에 <시인과 농부>는 가치 있는 역작으로 평가 받는다.


(2) 문학적인 접근에서 Bailey는 거의 모든 신학자들과 대화한다.

이 책의 본론은 일종의 신약 주석에 속한다. Bailey는 본문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 개별 의미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단지 중동의 신학 저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비유 연구를 발표한 Jeremias, Via, Crossan 같은 학자들 뿐만 아니라, 누가복음 주석과 신학에 있어서 Arndt, Conzelmann, Fitzmyer(Anchor), Plummer(ICC), Rengstorf 등 주요 저작들을 모두 섭렵하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해석과 Bailey의 논증은 누가복음의 개별 구절들에 대한 해석들 속에서 빠지지 않는다. 문학적인 접근을 배제하는 학자들이라고 Bailey가 소홀하게 취급하는 입장은 없다. 여기에 시리아어, 아람어, 아랍어, 콥틱어 등 중세의 주석들과 현대 중동에 거주하는 목회자들과 신학 교수들, 주민들과 다양하게 교감을 나눈 대화가 비유 해석에 접목되고 있다. 충실하고 꼼꼼한 학문적인 태도와 솜씨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물론 이 책에 골고루 퍼져있는 Bailey의 독자적인 문학적인 단위 구분은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 연구가 출판된 1976년보다 성서의 문학적 접근은 오늘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현재도 심오하고 광범위한 연구물이 쏟아지고 있다. 문학적인 접근의 흐름이 신약 학계에 쏟아질 때, Bailey는 굵직한 기념비를 세웠던 것이다.



III. 마무리

세상에 나온지 40년이 넘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할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이 책은 심하게 학술적이다. 인내심이 부족한 독자들은 방대한 각주에 이르기 전에, 서론의 다양한 해석 방법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이미 기력이 쇠할 것이다. 더구나 중동 문화의 폭넓은 지식이 성서 본문의 필수적인 도구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을 비롯한 독자들에게 다음 유익을 제공한다.

1. 누가복음 비유 본문들과 관련해서 이 책보다 더 상세하고 통찰력 넘치는 저술은 없다. Bailey의 설명은 현존하는 모든 누가복음 주석보다 상세하고 집약적이다.
2. 성서의 문학적인 접근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성서 주해와 관련해서 본문의 구조 분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특별히 구약과 신약에서 광범위하게 찾을 수 있는 문학적인 대구법(Chiasmus)은 Bailey의 탁월한 모범들을 통해서 누가복음 이외의 본문들에 빛을 던져줄 것이다.

3. 비유의 핵심이나 결론도 중요하지만 그 해석의 과정 역시 중요하다. 지금껏 사람들이 도달하거나 활용하지 않았던 아랍 문화권의 통찰력과 문화 배경을 저자는 활발하게 비유 해석에 접목시켰다. 결국 우리는 Bailey의 비유 해석의 과정을 통해서 고대에 복음서의 비유를 들었던 사람들의 해석 과정을 엿볼 수 있다. 

4. 이 저술은 이미 축약판이 나올 정도로 고전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40년 동안 이 책은 끊임없이 사랑받았고 인용되었다. 이 모든 것이 <시인과 농부>에 집약되어 있다.



(여수룬 출판사에서 1998년에 나온 책과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 동일한 책+번역자라서 리뷰 그대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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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2017-02-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이레서원 편집자입니다. 저희 책 리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오광만 교수님의 초고를 사용하였지만 교수님이 초고를 약 5개월에 걸쳐 새롭게 수정번역 해주셨습니다. 문장도 20% 이상 달라졌고요. 편집자가 6개월 이상 다듬고 고쳐서 여수룬 판 원고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점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울의 선교 방법들
로버트 L. 플러머.존 마크 테리 엮음, 조호형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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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s Missionary Methods: In His Time and Ours (2012) 

 

 

1. 이 책은 19-20세기 영국 성공회 선교사로서 중국에서 활동했던 Roland Allen(1868-1947)이 1912년에 출판한 기념비적 저술 『선교 방법들: 바울의 선교 방법들 혹은 우리의 선교 방법들』(Missionary methods : St. Paul's or ours : a study of the church in the four provinces)의 100주년을 기념하여 2012년에 복음주의(Evangelicalism)에 속한 학자들이 기고한 논문들을 엮어서 출판한 것이다.

 

 

 

2. Allen의 책은 다음 제목으로 한국에서 이미 두 가지 번역본으로 출판되었다. IVP의 책에 수록된 전재옥 선교사/교수의 해설을 추천한다.

 

  『바울의 선교방법론』 롤랑 알렌(김남식 번역), (베다니, 1993; 2007)

  『바울의 선교 vs. 우리의 선교』 [IVP 모던 클래식스 8] 롤런드 앨런(홍병룡 번역), (IVP, 2008)

 

 

3. 이 책은 두 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1부는 '신약 성경 속의 바울(Paul in the New Testament)'이고, 2부는 '선교에 끼친 바울의 영향(Paul’s influence on missions)'이다. 1부에서는 성경에서 도출한 바울의 선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2부는 Allen의 입장을 존중하고 확장시킨 논문들이 대다수다.

 

 

4. 이 책의 핵심적인 논문들을 개인적으로 선별하자면, 1부 1장과 2장 그리고 2부 8장 10장 12장이다. 마지막 14장은 Allen의 선교 방법들이 100년 후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매듭이다. 딱 한 장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2장. Eckhard J. Schnabel의 "선교사 바울"을 권하고 싶다. 이는 Schnabel이 2008년 출판한 『선교사 바울』(Paul the Missionary: Realities, Strategies and Methods, 2014년 부흥과개혁사 번역)의 요약본에 해당하는 아주 훌륭한 자료이다. 이 책에 논문을 기고한 학자들이 벌써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Schnabel의 바울 선교 연구를 셀 수 없이 인용하는 모습에서 이 가치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5. 비록 논문 모음집에 속하지만, 결코 학술적이지 않고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별히 오늘날 기독교 신자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선교 방법들이 어떻게 성경 원리와 이어지는지 궁금증을 가졌다면, 여기서 핵심적이고 간결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6.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고 싶다. 첫째, 바울의 선교여정과 상황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 성경 본문을 재구성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더라도, 학자들의 요약과 해설이 워낙 뛰어나고 반복적이기 때문이다. 각 학자들마다 강조점이 다르기에 바울 선교의 다양한 측면들을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다. 둘째, 성경에서 도출한 원리의 영속적인 가치를 확신할 수 있다. Allen의 연구 이후로 100년이 지나도 그의 통찰력은 호소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6. Allen의 선교학 핵심은 다음과 같다(14장 참조).

 

1) 예수의 방법 - 출발점은 바울이 아니라 예수이다. 예수가 사도들을 훈련시켰고,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 인격, 방법을 본 받았다.


2) 사도적 패러다임 - 바울의 선교 방법은 예수에게서 비롯되었다. 사도 바울처럼, 현대 선교사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전에 신조나 성례들이나 질서들의 토대를 세우는 수고를 마땅히 해야한다. 무엇보다 핵심은 복음전도이다.

 

3) 선교적 믿음 - 성령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핵심이다. 외부 간섭에 의존하지 않도록, 토착교회들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즉 “점진적 권한 이행”을 추구해야 한다.

 

4) 토착교회 - 토착교회는 “본국에서 스스로 생성해서 어떤 외부 도움 없는 토양에서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확장하도록 해야한다."

 

5) 자발스러운 확장 - 이 단어는 Allen의 1927년 책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교회의 자발스러운 확장을 “교회의 각 구성원들이 스스로가 깨달았던 복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활동”이라고 규정한다.

 

 

7. Allen은 한국 선교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Nevius 선교 원리(3자 원리: 자립, 자치, 자전)를 지지했다. 따라서 위의 내용은 Nevius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8. 책 제목과 달리 이 책은 바울뿐만 아니라, Allen까지 다루고 있다.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에게 중요한 쟁점은 바울의 신학이다. 그렇지만 바울의 신학은 너무나 논쟁적이고 사람들의 합의는 결코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놀랍게도 Allen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바울의 신학이 아니라 바울의 사역, 즉 선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리는 바울의 신학에만 매몰되어서, 바울의 선교를 놓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Allen의 진술은 오늘날 바울을 둘러싸고 과열된 분위기를 환기시켜준다.

 

"나는 사도 바울의 교리에 대한 책을 쓰는 게 아니다. 내 관심은 ... 교리가 아니라 방법이다. 그 방법의 진정한 이해는 교리의 진정한 해석이 아니라, 그 사실들의 진정한 이해에 달려 있다. 그 사실들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견해가] 매우 일치하지만, 교리에 관해서는 아주 적게 일치한다."

 

 

* 추천사에서 김성욱 교수(총신대)는 이 책이 "비즈니스 선교를 위한 확실한 성경적 기초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책 어디에서도 바울이 스스로 돈을 벌었다는 측면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Allen은 정착하지 않고 순회하는 선교사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성경 사례들을 통해서 주장했다. 이 책에 논문을 기고한 학자들은 자비량의 문제보다는 '토착교회가 선교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확장을 이루어야 할까?' 이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민영익과 고종과 깊은 인연이 있고, 세브란스 병원 설립자로 유명한 알렌은 Horace Newton Allen(1858-1932)으로, 네비우스 선교 전략을 정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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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바빙크 평전 - 목회자, 교회 지도자, 정치가, 신학자
론 글리슨 지음, 윤석인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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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an Bavinck: Pastor, Churchman, Stateman, and Theologian (2010)

 


 

1. 이 책은 헤르만 바빙크의 인생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책의 부제에 나열한 모습들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2. 만일 <개혁교의학>을 비롯한 바빙크의 신학 이야기를 풍성하게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으로부터 큰 유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교의학> 이외에 다른 바빙크의 신학적인 진술과 입장들은 골고루 나타난다. 특히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원 전 칭의나 중생 문제는 바빙크가 개혁주의 전통에 입각해서 많은 비평을 가했다.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여섯 가지 강연 목차는 마치 바빙크의 강연 전문을 수록한 것 같지만, 아쉽게도 요약에 불과하다. (유해무 교수의 <헤르만 바빙크>는 신학, 특히 <개혁교의학>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러나 부록 E의 캄펜신학교 취임연설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하는 대목이다.이 연설은 바빙크가 <개혁교의학>을 집필하기 훨씬 전이지만, 그 방법론과 기초에 해당하는 진술들을 모두 집약되어서 그의 젊은 시절 성숙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3.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은 바빙크의 삶을 추적한다. 그래서 아버지부터 네덜란드 교회의 분리파에 속했던 바빙크의 환경(sitz im Leben)을 서술하기 위해서 당시 네덜란드 교회의 역사와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에 대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네덜란드는 나폴레옹의 치하에서 벗어난 후 1816년 네덜란드 국가교회가 제도로 세워진다. 그러나 1834년에 신앙의 자유와 갱신을 따라서 소위 분리파(De Afscheiding)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국가교회로부터 나온다. 여기에 바빙크의 아버지가 속했다. 이어서 국가교회 목회자였던 아브라함 카이퍼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1886년에 떨어져 나온 입장이 소위 애통파(De Doleantie, 슬픔이나 비통의 뉘앙스)라고 불린다.



4. 그럼 이 책 전체를 꿰뚫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빙크가 속한 분리파와 카이퍼가 속한 애통파의 교회 연합을 추진하고 신학교 통합을 계획하는 가운데, 여러 주요 인물들과 화합과 갈등이나 오해를 겪었던 일화와 이슈들이다. 바꾸어 말하면 카이퍼의 이름은 책 전체에 걸쳐서 계속 등장한다. 이를테면 카이퍼는 캄펜신학교(분리파에서 세운 신학교)에서 가르치던 바빙크를 자유대학교(애통파에서 세운 신학교)로 다섯 번 초빙하는데, 교의학이 아닌 셈어나 구약학 등의 자리를 제안했다. 흥미롭게도 바빙크가 결정을 번복하거나 많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바빙크의 아버지부터 내려오는 기질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결국 마지막 다섯 번째 교의학 제안에 바빙크는 자유대학교로 가는데, 이는 카이퍼가 1901년 수상직 진출로 인해서 생긴 자신의 공석을 채운 것이다.



5. 교회정치와 사회정치로 이 책을 자칫 지루하고 건조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얀 바빙크(바빙크의 아버지)의 일화부터 시작하는 첫 장 '바빙크 가문 이야기'는 대단히 감동적이다. 하나님의 섭리 한복판에 서 있는 뜨거운 체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동시에 바빙크의 생애 마지막 장면을 서술하는 저자의 필치 역시 매우 감미롭다.


 

"말년에 바빙크가 가장 자주 되풀이한 말은 '저는 믿음을 지켰습니다'였다. 이 짧은 문장은 바빙크의 일생을 요약했다. 그는 자신이 읽은 온갖 신학책과 철학 책에도 아랑곳없이 믿음을 지켰다. 바빙크는 기독교 개혁 교회와 통합된 교회에서 온갖 시련을 겪는 중에도 믿음을 지켰다. 내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과거에 자신이 싸우고 교회에 전수했던 그 믿음을 지켰다."

 



6. 바빙크의 <개혁교의학> 집필과 그의 교회정치나 사회정치 활동은 조화를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놀랍게도 바빙크는 40대에 <개혁교의학> 초판 출판을 성취했고, 그 이후 캄펜신학교를 넘어서 네덜란드 전역과 세계적인 활동과 영향력을 행사했다. 수많은 사건들과 갈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른 나이에 완숙한 그의 믿음과 업적은 경탄을 자아낸다. 그는 2-30대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신앙으로 녹여냈던 것일까? 그는 50대에 이르러(1906-1911년) 2판을 출판했다. 아직 초판과 2판 사이에 차이는 구체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카이퍼가 연루된 칭의나 중생 주제는 변화가 있었다. 그의 삶을 둘러싼 복잡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쳐도 그의 신앙과 신학은 훨씬 견고했고 원숙했다. 참고로 그는 분리파 교회의 캄펜이 아니라 국가교회 소속의 레이던신학교에서 학위를 마친 최초의 분리파 교인이었다. 레이던신학교의 교수진들은 당시 독일의 주요 신학자들(하르낙 등)과 동일한 궤적(자유주의적 성향 또는 종교사학파적 입장)을 그리며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편향된 해석과 예수의 기적이나 부활을 거부하면서 인간 예수를 향하여 움직였다. 바빙크는 자신의 믿음을 위협하는 적들을 알고자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고자 분투했고, 그것을 삶으로 저술로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아마도 바빙크가 반혁명당의 지도자로 이후에는 상원의원으로 수년간 활약한 책의 후반부는 단지 <개혁교의학>의 저자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7. 바빙크와 관련된 모든 일화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저자는 바빙크가 손으로 쓴 모든 기록을 수집했다. 이는 다른 평전들과 입장을 달리하는 근거이기도 하고, 독자는 저자의 충실한 노력을 매 페이지마다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네덜란드어로 작성된 바 빙크의 중요한 전기나 평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한글로 중요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 하나는 바빙크의 미국 여행기이다. 그는 게할더스 보스와 워필드가 활약하던 프린스턴신학교의 강연을 초대를 받아서 대서양을 건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라틴어와 독일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했지만, 의외로 '능숙하지 못한' 영어로 인해서 준비한 강연의 영어 번역을 자문까지 받으면서 준비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목회자의 모습에 놀라고(바빙크가 흡연반대자는 아니다), 미국 목회자의 아내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비난했다.


 


8. 지금까지 네덜란드와 영미권에서 출판된 모든 바빙크 관련 저술들을 모두 아우르는 점에서 이 책은 바빙크 전기의 결정판이다. 또한 독자들에게 낯선 덜 유명하지만 중요한 인물들의 생애을 각주에서 꼼꼼하게 안내한다. 이는 네덜란드어에 능통한 저자가 1929년 네덜란드어로 쓰여진 <네덜란드 교회 기독교 백과사전>에서 인물정보를 빠짐없이 각주에 수록한 덕분이다. 더구나 한글 번역의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다. 다만 이 책이 한 사람의 생애 전반을 다루는 만큼, 복있는 사람의 <조지 윗필드>처럼 연대기를 제공하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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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연구 입문 구약성경 가이드 시리즈 1
J. W. 로저슨 & R. W. L. 모벌리 지음, 민경진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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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창세기 연구 입문>은 Rogerson과 Moberly 두 구약학자가 창세기 1-11장, 12-50장에 대해서 각자 집필한 책을 합본으로 출판한 책이다. 


1. 이 책은 창세기 본문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아주 훌륭한 입문 서적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창세기 연구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싶은 독자에게 '어느 정도' 유익함이 있다. 


2.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는 2015년에 번역본이 출판되었지만, 원서는 1991년과 1992년에 각각 JSOT(Journal for the Study of the Old Testament Press)에서 출판되었다. 그리고 Johnstone의 <출애굽기 연구>와 합본으로 2001년에 Bloomsbury T&T Clark에서 재출판이 이루어졌다. 한 마디로 옛날 책이다. 


Genesis and Exodus (Biblical Guides) by John W. Rogerson, R. W. L. Moberly and William Johnstone (2001)


3. 시대의 흐름은 창세기 연구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Rogerson은 창세기 1-11장이 애초에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즉 문서가설을 많이 언급한다. 또한 해방신학이나 여성신학적인 해석으로 창세기 1-11장에 접근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Rogerson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이런 해석 접근들은 시대가 지나서 많이 사라지기도 한다. 현재 이미 쇠퇴하고 과거의 저편으로 사라진 창세기 해석의 흐름이 많이 담겨져 있다. 과연 이런 내용이 창세기 본문을 읽으려는 독자나 연구자에게 얼마나 필요성이 있을까? 비록 본문 해석에 관한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지만, 오늘날 불필요하거나 해결 불가능한 논쟁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슈들이 뒤섞여 있어서 독자 입장에서는 유감스럽다. 


4. Moberly는 12-50장 흔히 족장 이야기라 불리는 본문을 접근할 때, 문학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그래서 Rogerson과 달리 본문의 구성이나 재구성이나 출처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최종 본문을 전제하고 내러티브나 인물의 특성과 본문 관찰에 촉각을 곤두 세운다. Moberly의 여러 관찰과 주장들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고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다. 그는 창세기 주석에서 미시적인 부분에 집중하느라 놓치기 쉬운 거시적인 핵심을 짜임새 있게 요약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창세기 22장을 본문으로 선택해서 깊이 파고들고 주해하는 능력도 제공한다. 


5. 책의 말미에는 창세기 추천 서적들이 나열된다. 그러나 1992년 이전 서적들로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저자는 Gunkel의 책이 아직 번역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 책의 출판 이후에 영어판이 나왔다. 


6.이 책은 정독할 책이라기 보다는 선별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오히려 트렘퍼 롱맨 3세의 <어떻게 창세기를 읽을 것인가>를 읽는 것이, 창세기 본문을 읽으려는 독자들이나 연구자들에게 훨씬 더 유익하리라고 본다. 고대 근동 문맥을 비롯해서 최근의 연구 동향과 다른 문헌들에 대해서 훨씬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다. 


7.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했던 시대 속에서 사라진 해석 흐름을 통해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즉 오늘날 유행하는 창세기 해석 흐름이 조만간 쇠퇴할 가능성도 있다. 창세기를 향한 역사상 수많은 해석과 접근 중에서 일부는 살아있고, 일부는 죽어있다. 어느 해석이든지 유의미하게 판단할 수 있는 몫은 오늘날의 독자에게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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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교회로부터 도망가라
정용성 지음 / 홍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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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보다 더 많은 한반도 교회들은 늘 조롱의 대상이다. 특히 초대형교회들은 온갖 뉴스에 오르내리며 그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 문제에 대한 대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입장 중 하나는 '작은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통해서 이 책의 주요 면모를 다 살펴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찬찬히 읽은 느낌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대한민국 현실

저자는 '작은 교회'를 서양의 실정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에서 고민했다. 최근 교회를 주제로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번역서에 해당한다. 그러나 <닭장교회>의 저자는 지역적으로 한국에 뿌리 내린 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 점에서 저자가 처한 현실, 만나는 사람들, 극복하거나 도전하는 문제들은 철저하게 한국적이다. 다음은 저자가 던졌던 고민이다.


"어떻게 보다는 어떤 교회냐가 더 중요했다. 왜 교회를 개척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명분이 있어야 했다. 명분이 없는 사역은 이리저리 방황한다. 시설, 공간, 사람, 무엇보다 목회비전이나 철학도 정립되지 못했지만, 성경에서 가르치는 신앙 원리에 입각한 교회를 가꿔 보자는 결단은 있었다."


2. 체험적인 고백

저자는 살아있었으나 죽은 경험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있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애쓴다. 이 노력은 다른 교회들의 목회 성공기와 차별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들었던 기억이나 생각을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터놓는다. 교회를 시작하면서, 시작하고 부딪혔던 문제들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3. 깊은 통찰력

저자의 신학적인 기반은 이 작은 교회론의 현실을 지탱하는 알맹이로 보인다. 중간중간 성서 구절과 그 의미를 밝히는 대목들, 책의 서두와 말미에 수록된 짜임새 있는 요약들, 성서적으로 문제를 돌파하거나 문제를 해석하는 태도들 등은 나름대로 저자의 비범함을 나타나는 증거들이다. 물론 하나님의 지혜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짧은 분량 속에 압축적으로 묵직한 내용들을 툭툭 담아놓은 솜씨는 편의점 개수보다 많은 교회들에서 일하는 목회자들이나 사역자들의 평균이라고 볼 수는 없다(참고로 저자는 St. Andrews 대학에서 신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수준이니까 이런 책을 쓸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일부 사람들은 이 책을 또 다른 목회 방법론에 해당한다고 치부해 버릴 수 있다. 저자가 3장에서 제안하는 굵직한 지침들은 다음과 같다.

-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하라.
- 분립 개척하라.
- 재정을 흘려보내라.
- 네트워크 목회
- 공간을 공유하라.
- 직분을 장사하지 말라.

"이런 원칙을 가지고 1년간 카페에서 예배를 드렸다. 지금은 자립하여 80명 정도의 교인이 함께 예배하고 있고, 선교 단체 다섯 곳의 교회 공간에서 예배와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적용들은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필요한 것들이다. 교회의 문제를 규모에서만 찾는 것도 문제지만, 방법에서만 찾는 것도 문제다. 저자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서, 80명을 데리고 성공적인 작은교회를 가꾼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크기만 다른 또 하나의 '닭장'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형교회가 닭장 같다고, 소형교회가 닭장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이 하나의 교회 방법론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저자의 체험적인 고백과 성서에 대한 깊은 통찰력에 근거한다. 표면적인 지침들이 핵심은 아니다.

시덥지 않은 교회성공 간증 수필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책의 의의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안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미 대안을 걸어갔고, 지금도 걷고 있고, 앞으로도 걷고 싶은 어떤 교회 하나'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소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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