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
케네스 E. 베일리 지음, 오광만 옮김 / 이레서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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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 Peasant (1976)


I. 저자 소개


Kenneth Bailey는 20세기의 신약 학계에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이 책 <시인과 농부>는 그의 박사논문이며,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이다. Bailey를 대변하는 수식어는 "중동"이다. 그의 학술적 배경에는 약 40년간(1955-1995) 교육받고 학자로서도 지냈던 중동의 삶이 있다. 그는 이집트, 레바논, 예루살렘, 키프로스/사이프러스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지냈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탁월하게 공헌한 신학의 두 분야로서 비유 해석학과 구전 전승을 언급할 만 하다. 비유 해석학은 잠시 후에 확인하고, 먼저 구전 전승을 잠시 언급하도록 하자. 이와 관련한 Bailey의 대표 논문은 다음과 같다.
 
Bailey, Kenneth. <Informal Controlled Oral Tradition and the Synoptic Gospels> Asia Journal of Theology 5:1 (1991) 34-54.

이 연구에서 Bailey는 자신의 중동 생활과 학술적인 논증을 토대로 구전 전승 모델을 제안한다. 그 후 신약학자 James Dunn과 Richard Bauckham의 구전 전승 역시 핵심적인 차원에서 Bailey의 주장을 의존한다. James Dunn은 <Jesus Remembered>에서 이미 Bailey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그리고 Bailey가 주장한 구전 전승에 대해서 Dunn과 T.J. Weeden Sr의 논쟁이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Historical Jesus 7 (2009)에 <Kenneth Bailey's Theory of Oral Tradition>라는 동명의 제목으로 나란히 수록되었다. 또한 Richard Bauckham은 <예수와 목격자들>의 10장에서 목격자 전승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전 전승을 논증하면서 Dunn과 Bailey의 구전 전승 모델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약의 구전 전승은 오늘날 가장 활발한 쟁점 중 하나이며, 그 토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학자 중 한 사람이 바로 Bailey이다.

* 구전 전승의 다양한 연구들은 Terence C. Mournet의 <Oral Tradition and Literary Dependency: Variability and Stability in the Synoptic Tradition and Q> (2003) 3장을 보라. 그는 James Dunn의 제자이고, 이 저술은 WUNT 시리즈로 출판되었다(2005). 논문 링크: http://etheses.dur.ac.uk/3688/)

이제 <시인과 농부>를 본격적으로 살펴볼 차례이다. 이 책은 1976년 미국에서 발간되었으며, 그의 Concordia Theological Seminary 박사 논문이다. 여기서 출판 연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1970년대는 신약학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우선 역사적 예수 탐구가 제 3기(3rd Quest)로 접어들었던 시점으로 평가 받는다. 1977년에는 E. P. Sanders가 <Paul and Palestinian Judaism>을 출판했다. 복음주의 학자들이 1973년 Tyndale Fellowship for Biblical and Theologica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들은 Howard Marshall이 편집한 <New Testament Interpretation>(크리스챤다이제스트)으로 나왔다. 이 저술의 내용들이 오늘날 상당 부분 유효한 것처럼, Bailey의 저술도 마찬가지이다. 즉 사회적인 차원에서 성서 본문과 인물들의 재고찰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이후 40년 동안 Bailey의 접근과 제안은 광범위하게 설득력을 얻었고, 많은 학자들과 저술들에서 동일한 주장이나 입장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시인과 농부>를 읽을 가치가 분명하다. 첫째, 우리는 학문적으로 최고 수준의 신약 해석학을 만끽할 수 있다. Bailey는 이 박사 논문으로 전 세계의 학자들을 매료시켰다. 단지 참신함이 아니다. 그 너머에는 학술적인 논증이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둘째, Bailey가 제안하는 구체적인 비유 해석을 통해서 해당 비유의 핵심적인 메시지 뿐만 아니라 다른 비유들에 접목시킬 수 있는 많은 문화적 근거를 얻을 수 있다.





II. 책의 특징


1. 방법론


당대의 비유 해석학의 문제와 풀리지 않은 과업을 제안한다. Bailey는 비유 해석학에 큰 영향력을 끼친 대표적인 학자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역사적-종말론적 접근: C. H. Dodd, Joachim Jeremias
- 미학적 접근: G. V. Jones
- 실존주의적 접근: Dan Otto Via, Eta Linneman

물론 Bailey는 Adolf Jülicher에게서 출발하고, John Dominic Crossan 등 여러 학자들을 아우른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 학자들의 비유 해석학으로는 성서의 비유를 올바르게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의 제안하는 접근은 (1)중동 문화, (2)문학 유형을 고려하는 비유 해석학이다.

여기서 그가 수십년동안 경험한 "중동 문화"가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그는 문화적인 이질감에서 비롯된 오해와 격차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비록 많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팔레스타인 배경에서 비롯된 비유의 원래 의미를 보존하는 작업에서는 실패했다. 그래서 Bailey는 '동양적인 주해(oriental exegesis)'를 제안한다. 한 마디로 중동의 농부들의 삶 속에서 발견하는 일상 경험을 비유의 배경에 놓는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Bailey의 결정적인 혁신이다. 이전에도 중동 문화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Bailey가 스스로 주장하듯이 그 노력들은 학문적이거나 학술적인 노력이 아니었다.

둘째 요소인 '문학 유형'에서 그가 의존하는 기법은 교차대구법(Chiasmus)이다. Bailey의 독자적인 문학적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Nils Wilhelm Lund의 <Chiasmus in the New Testament: A Study in the Form and Function of Chiastic Structures>(1942)에 근거한 교차대구법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Jeremias 역시 동일한 주제(Chiasmus)로 글을 작성했지만, Lund의 책을 혹평했다. 그러나 1970년대 성서 해석에서 문학적 접근이 활발하게 지지를 얻어가는 과정에서 Bailey는 이 <시인과 농부>라는 비유 해석학 저술로 순식간에 정점에 오른다. 20세기의 비유 해석학은 Bailey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고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제 <시인과 농부> 본론을 평가해보자.


2. 내용 및 평가

그는 <시인과 농부>의 2부에서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비유들을 선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가 본문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연구를 위해 선정된 성서 본문들은 소위 누가복음의 예루살렘 여정 본문(눅 9:51-19:48)에 포함되어 있다. 예루살렘 여정에는 전승 단위들을 구분하고, 각 단위의 주요 주제를 밝히기 위해서 중요한 유익을 제공하는 매우 정확한 문학적 개요가 들어있다. 이런 이유로 이 예루살렘 본문의 구조를 검토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문학적 접근으로 복음서의 비유를 접근할 때, 치밀하게 배치된 그 구조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1) 중동 문화의 배경, (2) 대구 구조(Chiasmus)라는 문학적 접근 방법은 비유가 처음 전해지고 기록한 당시의 그 해석학적인 지평을 밝히려는 시도이다. 다시 말하면, Bailey의 목적은 성서 비유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아랍 문화권와 그곳의 신학적인 성과는 비중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Bailey의 공헌은 획기적이다.

그의 문화적 접근법이 잘 드러난 사례는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비유의 핵심은 주인의 "자비와 너그러움"이다. 오늘날 독자들은 주인의 "자비"를 파악하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청지기와 주인의 말과 행위 사이의 공백,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배후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중동 문화"이고, 결정적으로 그 문화에서 생활하고 성장한 사람들의 '중동의 성경 주석들'이 그 공백이라는 안개를 몰아낸다.

Bailey는 이집트 카이로의 신학자 Ibrahim Sa'id의 누가복음 주석을 거의 항상 인용한다. Sa'id는 Emil Brunner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과 친분이 있으며 학문적으로 여러 저술들을 남겼지만 아랍어로만 출판해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Bailey는 중동의 문화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할 업적이 Sa'id에게 넘친다고 평가한다. Bailey는 불의한 청지기 비유에서 한결같이 Sa'id의 입장을 따른다. Sa'id는 이 비유의 상황이 '빚진 자들은 임차인, 땅이라는 부동산을 농부들에게 임대해준 배경'이라고 명시했다. 배경에 관한 가장 큰 오류는 중동의 땅 주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재산에 무관심하고, 재산 관리인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비유에 등장하는 주인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빚진 장부의 내용을 청지기가 아니라 빚진 사람들이 바꾸라는 대목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청지기의 무죄를 주장할 수도 있지만, 장부는 전적으로 청지기의 책임이다. 

이 책의 절정은 사실 탕자의 비유이다. 하지만 <십자가와 탕자>라는 제목(킹덤북스, 2015)으로 이 내용의 요약본이 번역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몇 가지 사실만 살펴보겠다. Bailey는 Ibn al-Tayyib의 11세기 아랍어 주석을 필사본에서 직접 번역해서 섬세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탕자가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는 "품꾼의 하나 보소서"라고 말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아버지를 만나서 이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Ibn al-Tayyib은 아버지의 사랑을 봤기 때문이라고 주석한다. 사랑이 입증되고 눈 앞에 드러났기 때문에 탕자는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외에 다른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또한 "품꾼의 하나로 보소서"에서 "보소서"의 신학적인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Bailey는 885년에 필사된 Vatican Borgianus Arabica 95에서 아랍어 번역을 가져온다. 이 아랍어 동사(isna' ni)는 헬라어 동사(poieo)와 상응하며, 그 함의는 결국 신약에서 "하나님의 도우심과 구원하심"을 언급할 때, 활용되었던 용례들과 연결시킬 수 있다. 즉 아버지를 향한 탕자의 요구는 아버지의 능력의 차원에서 얼마든지 실행 가능한 부탁을 드리는 셈이다. 또한 품꾼이라는 지위가 단지 보잘 것 없고 비천한 신분이 아니라, 물질적인 빚을 갚음으로써 도덕적인 책임감을 감당하기에 충분하고 대우가 어느 정도 보장된 지위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셀 수 없이 많은 통찰을 섬세한 기교와 함께 신학적으로 정당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비유를 해석하면서 여러 사소한 오해들이 누적되면,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오해들을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마리아 비유 해석이나 여러 교부들의 무분별한 알레고리 해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Bailey는 오해를 벗어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탁월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중동 생활과 중동 신학 저술들을 소화할 능력이 충분했기 때문에, 복음서 상황에서 성서 비유의 분명한 의미를 밝히려는 그의 시도는 성공적이다. 심지어 중동 생활에서 겪은 일화도 성서 해석에 이바지하고, 그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마을 주민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복음서 비유의 구체적인 배경과 상황을 우연성이나 개연성 이상으로 논증하기 때문에 <시인과 농부>는 가치 있는 역작으로 평가 받는다.


(2) 문학적인 접근에서 Bailey는 거의 모든 신학자들과 대화한다.

이 책의 본론은 일종의 신약 주석에 속한다. Bailey는 본문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 개별 의미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단지 중동의 신학 저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비유 연구를 발표한 Jeremias, Via, Crossan 같은 학자들 뿐만 아니라, 누가복음 주석과 신학에 있어서 Arndt, Conzelmann, Fitzmyer(Anchor), Plummer(ICC), Rengstorf 등 주요 저작들을 모두 섭렵하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해석과 Bailey의 논증은 누가복음의 개별 구절들에 대한 해석들 속에서 빠지지 않는다. 문학적인 접근을 배제하는 학자들이라고 Bailey가 소홀하게 취급하는 입장은 없다. 여기에 시리아어, 아람어, 아랍어, 콥틱어 등 중세의 주석들과 현대 중동에 거주하는 목회자들과 신학 교수들, 주민들과 다양하게 교감을 나눈 대화가 비유 해석에 접목되고 있다. 충실하고 꼼꼼한 학문적인 태도와 솜씨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물론 이 책에 골고루 퍼져있는 Bailey의 독자적인 문학적인 단위 구분은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 연구가 출판된 1976년보다 성서의 문학적 접근은 오늘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현재도 심오하고 광범위한 연구물이 쏟아지고 있다. 문학적인 접근의 흐름이 신약 학계에 쏟아질 때, Bailey는 굵직한 기념비를 세웠던 것이다.



III. 마무리

세상에 나온지 40년이 넘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할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이 책은 심하게 학술적이다. 인내심이 부족한 독자들은 방대한 각주에 이르기 전에, 서론의 다양한 해석 방법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이미 기력이 쇠할 것이다. 더구나 중동 문화의 폭넓은 지식이 성서 본문의 필수적인 도구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을 비롯한 독자들에게 다음 유익을 제공한다.

1. 누가복음 비유 본문들과 관련해서 이 책보다 더 상세하고 통찰력 넘치는 저술은 없다. Bailey의 설명은 현존하는 모든 누가복음 주석보다 상세하고 집약적이다.
2. 성서의 문학적인 접근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성서 주해와 관련해서 본문의 구조 분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특별히 구약과 신약에서 광범위하게 찾을 수 있는 문학적인 대구법(Chiasmus)은 Bailey의 탁월한 모범들을 통해서 누가복음 이외의 본문들에 빛을 던져줄 것이다.

3. 비유의 핵심이나 결론도 중요하지만 그 해석의 과정 역시 중요하다. 지금껏 사람들이 도달하거나 활용하지 않았던 아랍 문화권의 통찰력과 문화 배경을 저자는 활발하게 비유 해석에 접목시켰다. 결국 우리는 Bailey의 비유 해석의 과정을 통해서 고대에 복음서의 비유를 들었던 사람들의 해석 과정을 엿볼 수 있다. 

4. 이 저술은 이미 축약판이 나올 정도로 고전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40년 동안 이 책은 끊임없이 사랑받았고 인용되었다. 이 모든 것이 <시인과 농부>에 집약되어 있다.



(여수룬 출판사에서 1998년에 나온 책과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 동일한 책+번역자라서 리뷰 그대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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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2017-02-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이레서원 편집자입니다. 저희 책 리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오광만 교수님의 초고를 사용하였지만 교수님이 초고를 약 5개월에 걸쳐 새롭게 수정번역 해주셨습니다. 문장도 20% 이상 달라졌고요. 편집자가 6개월 이상 다듬고 고쳐서 여수룬 판 원고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점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