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교회로부터 도망가라
정용성 지음 / 홍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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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보다 더 많은 한반도 교회들은 늘 조롱의 대상이다. 특히 초대형교회들은 온갖 뉴스에 오르내리며 그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 문제에 대한 대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입장 중 하나는 '작은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통해서 이 책의 주요 면모를 다 살펴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찬찬히 읽은 느낌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대한민국 현실

저자는 '작은 교회'를 서양의 실정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에서 고민했다. 최근 교회를 주제로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번역서에 해당한다. 그러나 <닭장교회>의 저자는 지역적으로 한국에 뿌리 내린 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 점에서 저자가 처한 현실, 만나는 사람들, 극복하거나 도전하는 문제들은 철저하게 한국적이다. 다음은 저자가 던졌던 고민이다.


"어떻게 보다는 어떤 교회냐가 더 중요했다. 왜 교회를 개척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명분이 있어야 했다. 명분이 없는 사역은 이리저리 방황한다. 시설, 공간, 사람, 무엇보다 목회비전이나 철학도 정립되지 못했지만, 성경에서 가르치는 신앙 원리에 입각한 교회를 가꿔 보자는 결단은 있었다."


2. 체험적인 고백

저자는 살아있었으나 죽은 경험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있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애쓴다. 이 노력은 다른 교회들의 목회 성공기와 차별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들었던 기억이나 생각을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터놓는다. 교회를 시작하면서, 시작하고 부딪혔던 문제들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3. 깊은 통찰력

저자의 신학적인 기반은 이 작은 교회론의 현실을 지탱하는 알맹이로 보인다. 중간중간 성서 구절과 그 의미를 밝히는 대목들, 책의 서두와 말미에 수록된 짜임새 있는 요약들, 성서적으로 문제를 돌파하거나 문제를 해석하는 태도들 등은 나름대로 저자의 비범함을 나타나는 증거들이다. 물론 하나님의 지혜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짧은 분량 속에 압축적으로 묵직한 내용들을 툭툭 담아놓은 솜씨는 편의점 개수보다 많은 교회들에서 일하는 목회자들이나 사역자들의 평균이라고 볼 수는 없다(참고로 저자는 St. Andrews 대학에서 신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수준이니까 이런 책을 쓸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일부 사람들은 이 책을 또 다른 목회 방법론에 해당한다고 치부해 버릴 수 있다. 저자가 3장에서 제안하는 굵직한 지침들은 다음과 같다.

-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하라.
- 분립 개척하라.
- 재정을 흘려보내라.
- 네트워크 목회
- 공간을 공유하라.
- 직분을 장사하지 말라.

"이런 원칙을 가지고 1년간 카페에서 예배를 드렸다. 지금은 자립하여 80명 정도의 교인이 함께 예배하고 있고, 선교 단체 다섯 곳의 교회 공간에서 예배와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적용들은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필요한 것들이다. 교회의 문제를 규모에서만 찾는 것도 문제지만, 방법에서만 찾는 것도 문제다. 저자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서, 80명을 데리고 성공적인 작은교회를 가꾼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크기만 다른 또 하나의 '닭장'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형교회가 닭장 같다고, 소형교회가 닭장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이 하나의 교회 방법론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저자의 체험적인 고백과 성서에 대한 깊은 통찰력에 근거한다. 표면적인 지침들이 핵심은 아니다.

시덥지 않은 교회성공 간증 수필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책의 의의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안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이미 대안을 걸어갔고, 지금도 걷고 있고, 앞으로도 걷고 싶은 어떤 교회 하나'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소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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