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한 말도 당신이 한 말이다. 흥분해서 한 행동도 당신이 한 행동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약이든 이념이든 사랑이든 취해서 한 말과 행동도 당신이 한 것이다. 엉겹결에 한 말이나 행동도, 치밀한 계산과 기획 아래 한 말이나 행동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당신이 한 말이고 행동이다. 이 사실을 부정해선 안된다. (p.9)

나는 내 문장이 미덥지 못하기 때문에 문장을 다닥다닥 붙여 쓴다. 어떤 문장도 완전하지 않아서, 한 말을 또 하고 같은 말을 다르게 덧붙이는데, 아무리 덧붙여도 완전해 지지 않는다. 내 문장은 어떻게든 이해받으려는 안간힘에 의해 기워진 누더기와 같다 (p.20)

그러나 모른다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니고 꾸준해야 할 이유이다. (p.92)

글쓰기에 좋은 날이 따로 없으므로 언제나 쓴다. (p.100)

아마도 그 소설 속 소설가도 시장의 유혹과 위협 앞에서 문학을 지키기 위해 그런 야무진 독자 - 소비자를, 거의 필사적으로 만들어냈을 것이다. 1991년의 소설가도 버거워했던 그 유혹과 위협을 21세기의 소설가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낙관적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고,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고 말하면, 그런 유혹과 위협 앞에서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초연하게 써온 것이, 그처럼 아슬아슬한 것이 문학이었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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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그래서] 부분


나무가 뿌리로 걸어와 내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무서운 짐승보다 더 무서워요
무서운 것들은 언제나 발을 먼저 씁니다 발은 무서워요
발은 고단함만 알고 도무지 낙담을 모릅니다

[새벽] 부분


껌을 씹으면 위장은
소화를 시킬 준비를 한대

껌 같은 것이겠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거짓말] 부분


휙휙 지나쳐 가는 것들이
내 입김에 흐려질 때

차가운 유리창을 다시 손바닥으로 쓰윽 닦을 때
불행히도 한 치 앞이 다시 보인다

[막차의 시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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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따뜻하고 안전했다. 내가 따뜻할 때 타인의 추위를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춥다고 한다면, 나보다 더 서늘한 사람을 짐작하기란 더욱 쉽지 않다.

- 사과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 적어도 타인에게 예의를 기대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어떤 건지는 나도 알았다. 적어도 제대로 된 이별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존중을 받는다는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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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혼자인 것의 장점이 다른 사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을 때, 나는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에 어떤 안정감을 느낀다. 교실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그들은 나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을 알게 된다는 사실에 비틀린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늘에 숨어 있는 관찰자는 없다. 관찰당하는 사람은 관찰자의 존재를 눈치채고 만다. 나는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관찰당하고 있었다.

- 그런 배려라면 미리 말을 해주는 편이 좋았겠다 싶지만, 이리저리 꼬였던 마음이 반쯤 풀어지기는 했다. 토라지는 마음이란 애초에 스스로 묶은 매듭이다.

- 삶은 때로 순서를 따지는 논리가 없기에 그렇게 가혹하다. 그 가혹함을 견디고 싶어서 우리는 운명론자가 되기도 한다.

- 남자는 안경 너머로 나를 오 초간 훑어 보는가 싶더니 별 흥미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흥미 없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만•••••.외모를 보고 흥미를 판단하기 전에 아예 시선을 두지 않아야 예의 있는 행위라는 걸 알 만한 정도의 분별력이 없나? 세상의 분별력은 화석 연료처럼 점점 고갈되고 있는 자원인지도 모른다. 삶에 꼭 필요하지만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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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타르는 조지(훈)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비현실적인 것을 원하라.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라.
나는 이미 쓸모없는 사람인데, 라고 반문하려다 말았다. 쓸모없다는 걸 강조하는 건 일종의 돌림병 같다. (p.106)

창문을 열고 밤공기를 맞았다. 미래에 대해 생각했고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내게 닥친 일과 내가 저지른 일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생각했고 새해 목표 같은 걸 세우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p.110)

회사는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곳이다. 출근 시간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고 시스템에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바보가 되어야 한다.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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