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한 말도 당신이 한 말이다. 흥분해서 한 행동도 당신이 한 행동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약이든 이념이든 사랑이든 취해서 한 말과 행동도 당신이 한 것이다. 엉겹결에 한 말이나 행동도, 치밀한 계산과 기획 아래 한 말이나 행동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당신이 한 말이고 행동이다. 이 사실을 부정해선 안된다. (p.9)
나는 내 문장이 미덥지 못하기 때문에 문장을 다닥다닥 붙여 쓴다. 어떤 문장도 완전하지 않아서, 한 말을 또 하고 같은 말을 다르게 덧붙이는데, 아무리 덧붙여도 완전해 지지 않는다. 내 문장은 어떻게든 이해받으려는 안간힘에 의해 기워진 누더기와 같다 (p.20)
그러나 모른다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니고 꾸준해야 할 이유이다. (p.92)
글쓰기에 좋은 날이 따로 없으므로 언제나 쓴다. (p.100)
아마도 그 소설 속 소설가도 시장의 유혹과 위협 앞에서 문학을 지키기 위해 그런 야무진 독자 - 소비자를, 거의 필사적으로 만들어냈을 것이다. 1991년의 소설가도 버거워했던 그 유혹과 위협을 21세기의 소설가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낙관적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고,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고 말하면, 그런 유혹과 위협 앞에서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초연하게 써온 것이, 그처럼 아슬아슬한 것이 문학이었다. (p.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