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혼자인 것의 장점이 다른 사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을 때, 나는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에 어떤 안정감을 느낀다. 교실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그들은 나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을 알게 된다는 사실에 비틀린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늘에 숨어 있는 관찰자는 없다. 관찰당하는 사람은 관찰자의 존재를 눈치채고 만다. 나는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관찰당하고 있었다.
- 그런 배려라면 미리 말을 해주는 편이 좋았겠다 싶지만, 이리저리 꼬였던 마음이 반쯤 풀어지기는 했다. 토라지는 마음이란 애초에 스스로 묶은 매듭이다.
- 삶은 때로 순서를 따지는 논리가 없기에 그렇게 가혹하다. 그 가혹함을 견디고 싶어서 우리는 운명론자가 되기도 한다.
- 남자는 안경 너머로 나를 오 초간 훑어 보는가 싶더니 별 흥미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흥미 없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만•••••.외모를 보고 흥미를 판단하기 전에 아예 시선을 두지 않아야 예의 있는 행위라는 걸 알 만한 정도의 분별력이 없나? 세상의 분별력은 화석 연료처럼 점점 고갈되고 있는 자원인지도 모른다. 삶에 꼭 필요하지만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