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닐다. 나는 보통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기 위해서, 뭔가를 갖다 놓거나 가져오기 위해서 걸었다. 나의 걸음은 실용적이었다. 거닌다는 것은 사회적 특권,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예술이었다.

-우리 둘이 꾸준히 다투는 원인은 어쩌면 결국 거기에, 그러니까 우리 둘이 함께 분노하던 시절에 대한, 기사는 선하고 용은 나쁘며 사랑은 점잖고 상대방에게 가하는 일격은 매번 숭고한 명분으로 정당화되는 그런 시대에 대한 단순한 향수 속에 있는지도 몰랐다.

-나이가 들어 몸의 유연성을 잃고 흰 머리카락이 생기고 마침내, 마침내, 무언가를 망각할 수 있게 되어서 은밀한 기쁨을 느끼며.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외따로 태어나서 홀로 자신을 길러낸 사람들이고 지금은 함께 살고 있어.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우가 따돌림당하던 당시 용식은 만화나 신화 속 멋진 용들과 달리 지우를 구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우는 ‘때로 가장 좋은 구원은 상대가 모르게 상대를 구하는 것’임을 천천히 배워나갔다. 실제로 그 시절 지우는 용식 덕분에 그나마 한 시절을 가까스로 건널 수 있었다. 용식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시간이었다. 극적인 탈출이 아닌 아주 잘고 꾸준하게 일어난 구원

-누군가 빛나는 재능으로 고향을 떠나는 이야기,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에 몰입하고 주인공을 응원하면서도 그게 자신의 이야기라 여기지는 않았다. 지우는 그보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 이야기, 그래도 괜찮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 그런 슬픈 얘기는 이제 하지 말자 (p.140)

양미는 자전거 옆에 서 있었고 표정은 그림자처럼 텅 비어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스위치를 꺼 버리는 건 상처 받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배우는 방어 기제였다. 하지만 그렇게 쳐내 버린 감정은 반드시 돌아오게 마련이었다. 일렁이는 물결처럼 (p.162)

잃은 건 잃은 거여. (p.2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 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