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품격 - 착하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다
양원근 지음 / 성안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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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뱀파이어, 융숭한 식사 대접, 나와 같은 선의지를 가진 사람들... MBTI를 신봉하지 않는 나지만, 왠지 이 책의 작가님은 나와는 정반대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와 같은 세대라면 누구나 겪어야 했던 시대적 상황과 개인적인 불화라는, 내가 가진 배경 때문에 이 책이 마냥 "아, 그렇구나." 하고 곱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또한 다양한 사람을 접하기보다는 (저 사람이 퇴사하거나 내가 퇴사하지 않는다면) 정해진 사람과 평생을 협업으로 일해야 하는 나의 직군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접하는 영업이나 마케팅에 가까운 일을 하고 계신 작가님과도 사뭇 다른 면이 있다.

 

그런 연장선 상에서 바라보면, 나는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나와 같은 선의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선한 영향력'에 대한 부분을 걷어내고 책을 본다면, 이 책에서 재미있는 점을 찾아볼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한 책의 우리나라 판권을 따낸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하지만, 투자한 금액이 실제로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보다 적었다로 에피소드가 종결된다는 경우가 몇 번 반복되니, "과연 이게 선의지에서 이어지는 부일까?"라는 생각은 든다.

 

《공중그네》처럼 책 이름만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는 책이 많이 소개된 만큼, 오히려 출판시장에서 성공하게 된 노하우에 대해서 풀어내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자체는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내용이라서, 목표를 달성하게 된 자세한 과정이나 수치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작가님이 지양하는 바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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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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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고집은 열정이 되고, 어떤 고집은 아집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왜 어떤 시도는 위대한 업적의 시발점이 되고, 어떤 시도는 부질없는 걸음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 나의 이름은 中에서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편함이 있는 소설집. 작은 생선가시가 목에 박혀서 빠지지 않는 느낌이랄까. 때로는 묵직한 사고가 벌어지는데 뭔가 깔끔한 결말도 없고,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만 같고, 그런 불편한 상황은 나 또한 늘상 마주하고 있는 그런 것들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게 나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전 남자친구의 결백을 증언해달라고 종용하는 누나의 모습이나 고슴도치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심문하기 시작하는 해주, 이혼한 전 남편과 아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연인과 신경전을 벌이는 성연 이모. 어쩌면 내 주변에도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읽으면서도 이상한 여운인지 자국 같은 게 마음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러 단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그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꼭 자신이 겪은 일인마냥 디테일하게 묘사된다는 점. 그래서 작가님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달까? 《모래의 빛》에서도 전 남친인 윤재와 처음 만난 다도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차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것도 있긴 하지만) 이런 표현이 정말 재미있었달까?

 

나는 차를 마시는 방법 같은 건 애초에 지킬 생각이 없었다. 향을 맡고 음미하는 과정 따위는 건너뛰고 그냥 한입에 털어 넣곤 했다. 차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차피 음료의 한 종류에 불과한 것을.

- 모래의 빛 中에서

 

찜찜하면서도 먹먹하면서도 휑한, 아직 갈무리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이 책이 지나간 자리에 있는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그 작가님의 책을 접하기 위한 관문처럼 여기는 편인데, 뭔가 에세이 같기도 하고 르포르타주 같기도 한. 지금 우리 세대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가볍지만은 않고, 또 너무 무겁지는 않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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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남자 - 머무르지 않은 인연들이 남긴 유의미한 것들
이도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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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열두 남자》*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 책의 한국 버전 느낌이려나? 나노 작가님이 표지랑 삽화도 그리셨네? 좋다 좋다! ...라며 이 책을 가방에다가 넣어놓고 읽기 시작했는데... 엌ㅋㅋㅋ 뭐 이렇게 빵빵 터지는 책이 다 있짘ㅋㅋㅋ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제일 웃긴데? 근데, 원래 남의 연애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가?

 

이런 우라질! 도통 말이 안 통하네. 뇌를 절구통에 넣고 빻은 거야? 완전 복구 불능이잖아.

- 10월의 남자 중에서

 

매달 새로운 남자가 등장할 거라 기대해서 희대의 팜므파탈을 기대했다면, 경기도 오산... 달마다 배정된 남자는 있지만, 그 남자들이 1년 사이에 만난 사람들은 아니고. 뭐랄까,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간을 뛰어넘은 남자들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3월의 남자와 4월의 남자는 연속성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 뭔가 설명이 더 어려운데? 여튼,

 

근육이 멋진 헬스 트레이너와의 쒐*을 기대하지만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걸 보았을 때, 그걸 느꼈을 때, 여기까지 하는 게 저 사람에 대한 배려구나, 하고 쿨하게 거리를 둔다던가. '대국민의 판도라 상자'라고 부르는 싸이월드의 갬성을 떠올리며 넘을 수 없는 세대차를 굳이 극복하지 않고 시작되는 불꽃을 꺼뜨리며 유유히 사라진다던가. (왜 다 슬픈 이야기뿐이지?) 여성분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겪어봤을 관계들이라 더 공감 가지 않았을까.

 

금사빠처럼 새로운 남자와의 공통점을 계속 찾아내며 빠져들 것 같으면서도, 어떨 때는 또 철벽을 쳐내고, 그리고 또 그 남자는 모르게 생쑈를 하고 있을 때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서로 주고받은 뻘짓(?)이 클라이막스에 달한 후에 등장하는 그달의 남자의 이름 풀이라고나 할까. 캬하, 이건 진짜 범상치 않은 작가 소개를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재미있으니까 꼭, 꼭 챙겨 볼 것!

 

 

* 《일년에 열두 남자》 | 제목만 봤지 안 읽었다. 안 읽은 책이 사실 수두룩하다. 우리 집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소설이니까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드라마화되었다고 한다.

* 남의 연애사 | 기본적으로 남의 이야기는 죄다 재미가 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요기잉네

*쒐 | 된소리로 발음하면 좀 더 쒜고(!) 깡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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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 - B면을 본업에 살리는 방법
덴츠 B팀 지음, 서하나 옮김 / 블루랍스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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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하게 즐길 것

- 라쿠고 담당 이구니 사쓰키

 

사이드잡, N잡러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본업 외에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존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책, 《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에서는 본업 외의 능력인 'B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B일까? 책을 만든 분의 팀 이름인 덴츠 B팀에서 따서 'B면'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의 광고회사인 덴츠에서 본업 외에 다른 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9명(현재는 56명)이 모여서 만들어진 팀이자, 누가보면 돈 안될 것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런 부서인데... 목표 자체가 회사의 이윤 창출이 아니고, 팀원들 사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전파하는데 큰 목적이 있다는게 적절할 듯.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B팀의 행보는 꽤나 주목받기 시작한다.

 

공사장의 소리를 녹음한데다가 비트를 가해서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던가(인더스트리얼 JP), B면인 관심사를 브랜드로 론칭한다던가(데이릴리), 낚시에 대한 정기적인 콘텐츠를 발행하는 웹사이트를 만든다던가(세상을 낚자)...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B팀의 팀원들의 간략한 인터뷰와 함께 (짧은 코멘트에 가까움) 덴츠 B팀이 생기게 된 배경, B면이란 무엇인지, 어떻게하면 나의 B면을 찾을 수 있는지, B면을 어떻게 수집하고 활용하면 좋은지, B면을 A면과 어떻게 섞을 지 등을 알려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잠재력 채집 시트가 마음에 들어서, 일상 속에서 마음에 드는 포인트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책에 있는 양식과 동일하게 만들어봤다. 단순히 B면을 발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정리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팀원들과 공유 회의를 진행하는 노하우도 알뜰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알게 모르게 얻을 팁이 많았달까. 덴츠 B팀의 57번째 팀원이 되어, 나의 B면을 찾아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창의성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그 창의성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 세상을 개선시키기 위해, 인류의 진보를 이루기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트있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아무도 하고 있지 않고 누구도 부탁하지 않더라도, 우리 스스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추진한다. 이런 프로젝트가 중요하다고 본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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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4 - 검은 배의 저주 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4
크리스 프리스틀리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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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두가 쉽게 바다로 나가는 인생을 택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지. 나처럼 말이야. 난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모두 뱃사람이었거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 선원의 영혼을 가졌지만, 뭍사람의 몸에 갇힌 채 바닷가에 발이 묶여 사는 사람도 있고. 그보다 더 슬픈 일도 드물지.

- p.74

 

난 그녀를 잊기 위해 바다로 떠났단다. 하지만 바다는 누군가를 잊을 수 있는 곳이 아니더구나. 누군가를 기억할 시간이 너무 많이 주어지거든.

- p.75

 

 

3편에 이어 《몬태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4》에서도 올드 인을 방문한 수상한 뱃사람 새커리씨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번 권에서는 새커리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하는데요. 사랑했던 여자의 이름이 '캐시'였다고 고백한다던가, (여동생과 동명이인인 셈) 뱃사람이 되지 못한(?) 에단을 살짝 조롱하는 듯한 느낌도 주지요. 외관상 에단과 새커리씨의 나이가 거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탓에 에단은 이에 조금씩 짜증이 쌓여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커리씨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지난 권처럼 미스터리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쌍둥이, 괴생명체, 악마, 망자의 배(캐리비안의 해적?!)에 대한 이야기로 두 아이들의 혼을 쏘옥, 빼놓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들려준 죽은 사람들에게만 나타난다는 검은 배는 왠지 뭔가를 암시하는 것 같은데요. 이야기를 끝마침과 함께 폭풍우가 사라지자, 새커리씨는 바닷가 위 절벽을 따라 뛰어내려가 자신을 태우러 온 배 위로 유유히 올라탑니다.

 

자, 이제 이쯤 되면 뭔가 잊어버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요? 바로 몬터규 아저씨인데요. 새커리씨의 퇴장과 함께 또 다른 낯선 방문객으로 몬터규 아저씨가 마을 사람(으로 추정)과 함께 나타납니다. 아버지가 없을 때 나타난 사람들이 좀도둑이라고 생각한 에단과 캐시 남매는 이들을 내쫓으려고 하는데, 어째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몬터규 아저씨는 알듯 모를듯한 말을 흘리면서 퇴장해버리고, 곧이어 아버지가 돌아오게 되지요. 과연, 이들은 어떤 관계인 걸까요?

 

《몬태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는 1, 2권 그리고 3, 4권이 하나의 큰 이야기로 묶여 있고, 그 안에 옴니버스 식으로 작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구성입니다. 이번 3, 4권은 폭풍우 치는 날, 언덕 위의 작은 여관을 방문한 새커리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였지요. 뭔가 (제가) 어릴 적에 유행했던 《디 X더스》, 《식X센스》 같은 반전영화가 생각나는 편이었어요. 더위가 찾아오는 요즘 같은 계절!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 준비해놓고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 미스터리입니다. 에단과 캐시 남매에게 평안한 밤이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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