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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남자 - 머무르지 않은 인연들이 남긴 유의미한 것들
이도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평점 :
《일년에 열두 남자》*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 책의 한국 버전 느낌이려나? 나노 작가님이 표지랑 삽화도 그리셨네? 좋다 좋다! ...라며 이 책을 가방에다가 넣어놓고 읽기 시작했는데... 엌ㅋㅋㅋ 뭐 이렇게 빵빵 터지는 책이 다 있짘ㅋㅋㅋ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제일 웃긴데? 근데, 원래 남의 연애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가?
이런 우라질! 도통 말이 안 통하네. 뇌를 절구통에 넣고 빻은 거야? 완전 복구 불능이잖아.
- 10월의 남자 중에서
매달 새로운 남자가 등장할 거라 기대해서 희대의 팜므파탈을 기대했다면, 경기도 오산... 달마다 배정된 남자는 있지만, 그 남자들이 1년 사이에 만난 사람들은 아니고. 뭐랄까,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간을 뛰어넘은 남자들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3월의 남자와 4월의 남자는 연속성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 뭔가 설명이 더 어려운데? 여튼,
근육이 멋진 헬스 트레이너와의 쒐*을 기대하지만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걸 보았을 때, 그걸 느꼈을 때, 여기까지 하는 게 저 사람에 대한 배려구나, 하고 쿨하게 거리를 둔다던가. '대국민의 판도라 상자'라고 부르는 싸이월드의 갬성을 떠올리며 넘을 수 없는 세대차를 굳이 극복하지 않고 시작되는 불꽃을 꺼뜨리며 유유히 사라진다던가. (왜 다 슬픈 이야기뿐이지?) 여성분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겪어봤을 관계들이라 더 공감 가지 않았을까.
금사빠처럼 새로운 남자와의 공통점을 계속 찾아내며 빠져들 것 같으면서도, 어떨 때는 또 철벽을 쳐내고, 그리고 또 그 남자는 모르게 생쑈를 하고 있을 때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서로 주고받은 뻘짓(?)이 클라이막스에 달한 후에 등장하는 그달의 남자의 이름 풀이라고나 할까. 캬하, 이건 진짜 범상치 않은 작가 소개를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재미있으니까 꼭, 꼭 챙겨 볼 것!
* 《일년에 열두 남자》 | 제목만 봤지 안 읽었다. 안 읽은 책이 사실 수두룩하다. 우리 집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소설이니까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드라마화되었다고 한다.
* 남의 연애사 | 기본적으로 남의 이야기는 죄다 재미가 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요기잉네
*쒐 | 된소리로 발음하면 좀 더 쒜고(!) 깡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