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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상상 다이빙
김민주 글.그림 / 무한 / 2017년 7월
평점 :
책을 읽을 때마다 기대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책날개를 펼치고, 나도 모르게 눈이 가게 되는 저자 소개. 그리고 발견하게 되는 독특한 그만의 이력.
| 조지브라운 컬리지 비주얼 아트 펀드멘탈즈 프로그램 수료 조지브라운 컬리지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램 졸업 전 캐나다 현지 그래픽 디자이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디자인 컨셉 위너 <교육 부문) |
당연히 이 책은 디자이너서의 감각적인 면모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책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이 내 손에 도착했을 때, 흠칫 놀랬다. 표지와 내지, 종이의 질감과 두께감. 대다수의 책과 다른 종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아마도 저자나 디자이너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시니... 그림 하시는 분들은 그림이 뭉개지는 현상을 싫어하기 때문에 아트지에 가까운, 상대적으로 미끄러지지만 선명도가 높은 종이를 선호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내지는 그렇다고 치고. 표지는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읽기에는 책 자체가 휘어질 정도로 얇고, 강도도 약하다. 때마침 장마철에 읽었던 지라 백팩에서 이리 휘청, 저리 휘청하는 게... 책을 읽을 때, 손에 잡히는 감촉도 그렇고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가... 이건 취향 문제인가... 끄덕끄덕)
그래도 책 표지에 [글*그림]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림도 그만큼 많이 포함되었을 거야... 하고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결과물, 실력이 잘 반영된 책일 것이고 그림을 위주로 글을 덧붙인 작품집일 것이다, 는 생각은 내 잘못된 망상이었다. 일반적으로 보면 그림이 많은 편이지만, 내 기대보다는 적었다. 약간은 불만 섞인 시선으로 책을 읽어내려가다가 책의 중반쯤에서 어쩌면 기대했던 이야기를 발견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반은 나의 의지, 또 반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삶의 또 다른 페이지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기에 나와 반대 방향으로 전력 질주하는 삶의 방향을 바꿀 용기도 있었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꿈'이란 티켓 한 장을 쥐고 매일 아침, 현실이라는 롤러코스터의 플랫폼 앞에 선다.
- p.106
고백하건대, 나의 감성 코드와는 사뭇 다르다. 현재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다고 예쁜 문장으로 풀어놓는 작가의 말이 아직은 내가 어떤 잣대로 이 책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는 주지 않았다. 그림을 위주로 했다기에는 글만으로 구성된 페이지가 많고, 글에 중점을 두고 써 내려갔다기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하얀 여백과 꿈속에서 읊조리는 듯한, 몽환적인 말투가 신경 쓰인다. (상상다이빙이니까 몽환적인 게 맞는 건가...) 요즘 트렌드에 맞게 무겁지 않게, 가볍게 읽기 좋은 글로만 썼다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다 하지 못한 말처럼 입안에서 맴도는 단어가 남아있는 것 같다.
차후 소설 출간 예정에 대한 기대글로 끝맺었지만, 뭐랄까. 손미나 작가님 표현을 따르자면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은 글을 좀 더 풍부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좀 더 좋은 책이 나오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