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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맛도 모르면서 - 맥주에 관한 두 남자의 수다
안호균 지음, 밥장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7월
평점 :
맥주에 관한 재미있는 에세이. 재미있을 것 같긴 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더 재미있었던 책이랄까요? 맥주에 대해서 A to Z로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 는 아니지만, 영화나 야구, 연애와 첫 만남. 이런 우리의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날 수 있는 맥주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쉽고 재미있게) 나름 하이트 맥주 공장 탐방도 하시고, 맥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으셨던 듯합니다.
장마다 옛 성인(응?)들이 남긴 맥주에 관한 재미있는 명언들도 있고요. 밥장 작가님의 정감 어린 일러스트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맥주병이나 캔을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확실히 일러스트레이션이 보는 재미가 있어요. (왠지 작가님은 맥주캔 컬렉션을 모아두고 계실 것 같은 기분!) 덤덤하게 풀어나가는 안호균 작가님의 맥주에 대한 이야기도 감칠맛이 난다고나 할까요? 마치 술술 넘어가는 골드 라거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시장에 확~ 오픈되어 이제는 우리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세계 맥주. 마트에 가면 선택의 폭이 확~ 넓어졌지요? 흔히 보지 못했던 유럽의 맥주부터 동남아, 아메리카 대륙의 맥주까지 꽤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 맥주 탐방기로 명명한 안호균 작가님의 다양한 세계 맥주 이야기는 해당 맥주를 사다 놓고, 어떤 맛인지 음미해가며 책을 읽고 싶은 강한 욕구까지드는데요. (마트!!! 마트!!!) 그중에서도 가장 먹어보고 싶은 것은 역시, 태국 맥주 씽과 창입니다. 초록색 라벨의 창 맥주는 신촌에서 곱창 먹으러 갔을 때, 같이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씽은 과연 무슨 맛일지!!! 다음번 마트에서 꼭 찾아보는 거로!

맥주에 관한 두 남자의 이야기라고 안호균 쓰고 밥장 그림... 이라는 느낌으로 앞부분이 전개되었다면, 뒤에서는 두 남자의 대담이 이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맥주'에 대한 궁금증이 아닌, 두 작가님이 맥주!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에 대한 썰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어요. 가맥, 길맥, 섹맥, 맥맥, 혼맥이나 맥주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습니다. 음... 애기 아빠가 논하는 것치고는 조금 위험할 수위의 이야기도 꽤 숨겨져 있지요. (밥장 작가님이 돌싱이셔서 그런지 그런 이야기를 참 편하게 하는 듯)
맥주에 대해서 논할 수 있는 나이가 당연히 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직 순진무구한 20세 청춘들이 읽기보다는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펍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찾는 직장인들. 그런 우리네 사람들(크흙! 나도 젊고 싶다!)을 위한 맥주 찬양론으로, 가끔 맥주 한 잔씩 즐기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집 사람들이 좋아할 듯!)
(서평을 간식 먹다, 메일 쓰다, 커피 먹다, 띄엄띄엄, 쓰다 보니 내용이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느낌이네요... 암쏘쏘리 벗알라뷰, 걍 취해서 쓴 서평이라고 생각해주세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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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그런데 병따개가 없었습니다. 물론 진정한 남자라면 병따개 없이 맥주병 따는 기술을 245가지 정도쯤 알고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앞에 당당히 등장한 밀러 앞에서 고급기술을 선보이는 친구는 아무도 없더군요. 참다 못한 제가 "아저씨 병따개도 주셔야죠?"라고 소심하게 외쳤을 때, 사장님은 쿨한 미소를 머금고 돌아와, 살며시 병마개를 돌리셨습니다.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채 허공을 쳐다보던 제 귓가에 들려오던 노래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흘러나오던 캐롤 킹Carole King의 《You've got a friend》가 새삼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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