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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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의 찬반토론이 극렬했다는 2020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90년대생 젊은 작가, 다소 자극적인 소개문구. 지친 내 삶의 활력소가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오래간만에 접하는 소설책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가방에 챙겨넣었다.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기에 책의 두께감이 조금 얇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중단편 정도의 분량. 그리고 (나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오래간만에 만나는 1인칭 시점의 서술. (나는 3인칭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시점 탓인지, 아니면 작가의 영향인지 굉장히 섬세하게 느껴지는 느린 묘사... 내가 기대한 것은 요스케를 둘러싼 두 여자의 치정극과 사랑과 전쟁... 같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막장 드라마였는데, 의외로 그런 느낌은 아니다. (적절하진 않은 비유지만) 오히려 서정적일 수도 있는 에세이 같은 느낌(?)이랄까.

주인공인 요스케는 의외로 덤덤하고 느릿하게 사고한다. 뭔가 크게 분노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저 운동덕후와 친절한 남자친구를 코스프레하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듯한. 그런 아주 평범하고도 흔한,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젊은 남자다.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긴 하지만, 순전히 요스케 문제라기 보다는 두 여자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하나씩 사건이 붉어지고, 느릿함 속에서 어느새 클라이막스를 향해서 달려가는데...

단정한 남자, 겉으로나 속으로는 더할나위 없이 젠틀하고 정도를 걷는 바른생활 사나이.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어온 그가 정말 한순간에 무너져버리는 그 순간이 바로 파멸, 또는 파국이라고 일컬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짓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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