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왼쪽 팔목에는 NIKE RUN CREW 고무밴드가 채워져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기획자의 기를 눌러놔야 일이 잘 된단다ㅋ) 시비를 걸었던 개발자와의 트러블 이후에 1시간 동안 사무실에서 쌍욕을 내뱉었던 나를 위한 일종의 구속구, 삼장법사가 손오공에게 씌워준 금 머리띠 같은 거라고나 할까. 화가 치밀어 오르고 견딜 수 없을 때, 조금이라도 쿨 다운할 수 있는 작은 장치인 셈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그런 빡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드물게 희로애락의 간극이 크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부럽다.) 사실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ㅈㄹ발광을 하면 혼자 병신 되는 건 정말 시간문제다. 주체할 수 없는 내 감정의 노예로 휘둘리고 나서 찾아오는 것 현타... 무조건 내지르기보다는 때로는 삼키고, 어떨 땐 조금씩 표출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이런 다양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팁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PART 1을 감정에 대한 인트로로 채우고, 행복/분노/체면/욕심/용기라는 다섯 가지 감정에 대한 챕터로 PART 2를 채웠다. 3~4 페이지 내외의 여러 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각각의 이야기들은 사실, 어떤 자기계발서에서 읽어봤음직한 이야기가 여럿 조합되어 있다. (루즈벨트, 에디슨,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 다만 중국 작가님이어서 그런지 중국인의 에피소드가 절반 정도 섞인 게 좀 독특하고, PART 2를 구성하고 있는 감정 중 체면(비교)에 대해 묶었다는 것은 중국적인 관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우리나라라면 우울증을 하나의 챕터로 다뤘을 듯)
1개의 에피소드 안에서 많게는 3개의 짤막한 서로 다른 이야기 또는 인용구를 버무려 놓은 건 좀 산만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감정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이야기가 구성된 점은 꽤 독특한 자기계발서 같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감정을 슬기롭게 처신하는 방법들이 때로는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관련된 챕터를 잠깐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