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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줘요
이소베 지음, 백종민 그림 / 송송책방 / 2024년 12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표지부터 숨이 턱하고 막히는 막막한 책을 보았습니다. 다리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교복 입은 아이, 그 아이의 팔엔 자해의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이소배 작가가 쓰고, 백종민 작가가 그린 신간, 살아만줘요 는 한 여성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이야길를 풀어낸 만화 에세이입니다.
주인공은 부모님이 모두 계시고, 오빠와 함께 평범한 수준의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이 가정을 밖에서 보았다면 다들 그냥 평범한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특별히 찢어지도록 가난해 도움이 필요한 사정도 아니고, 편부모 가정도 아니니 이들의 문제는 숨기고자 하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에서 살펴본 이들의 삶은 곪을 대로 곪아 있었고, 이미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습니다. 가정에 무관심한 아버지, 계속되는 부부 싸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등교 거부를 하다 자퇴한 오빠까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해서 목을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엄마를 향한 아빠의 폭력과 대를 이어 계속되는 오빠의 폭력, 오빠의 폭력성을 방관하는 아버지까지 이 아이를 둘러싼 강한 남성들은 모두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상담 교사나 선생님을 통해 조언을 듣지만 제대로 된 케어는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손목을 긋다가 나중엔 점점 더 넓은 곳에 해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자해를 하는 청소년의 마음을 처음으로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팔을 긋는다든지, 몸에 해를 가하는 아이들을 보며 도대체 저런 행동을 왜 하는 것일까 늘 의문이었습니다. 화가 나면 다른 아이를 때릴 수 있고, 우울하면 스스로 방에 들어가 자신을 고립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 행동 자체의 의미를 알겠는데, 자해의 의미는 파악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이 자신의 팔을 긋는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 어떤 마음이 있는 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펑펑 울거나 남에게 고통을 토로하게 되면 내 마음이 오롯이 드러나게 되고,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하지만 자해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 감정을 풀어내지만 그것으로 인해 남에게 해를 끼치진 않습니다. 그저 나를 벌할 뿐이죠. 무언가를 벌하면서 내 마음을 해소합니다. 그렇게 아이의 온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갑니다. 이미 몸이 그렇기 되기 전에 마음과 영혼이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주인공의 상처 많은 과거에 대한 통렬한 복수극이나 대단한 성장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상처 많은 청소년이 한 사람의 성인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여과없이 그려내며 지금도 다리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 교회 선생님, 수많은 강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상처 위에 상처를 덧입히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끝내 보여주지 않는 그들의 속마음을 이해해 봅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팔에 드러난 상처를 통해 그 영혼에 새겨진 상처를 깨달을 수 있도록, 이 책, 살아만줘요 를 꼭 읽어보세요. 분명한 이해를 통한 관심이 한 아이의 영혼을 살릴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어른에게 이 책, 살아만줘요 를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