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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날에 니체를 읽는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상현 엮음 / 필름(Feelm) / 2026년 5월
평점 :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흥미로우면서 모순적인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불안한 날에 니체를 읽는다
아니, 불안할 때 왜 니체를 읽나요? 그러면 더 불안해지는 것 아닌가요?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순간에 시니컬하게 평가하고 현실을 파헤치는 니체의 말을 들으면 더 불안해지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순간에 오히려 더 니체에게로 다가가라고 이야기합니다. 무슨 의도일까요?
책의 첫 번째 챕터부터 무시무시합니다. 파괴.
이 책은 불안이 찾아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나에 대한 위로가 아니라, 철저한 파괴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숭배했던 것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내가 숨어있는 안전지대를 파괴합니다.
불안하다고 니체를 찾아갔더니 니체의 첫 마디는 네가 속한 안전지대를 부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지금 불안전하다는 말 못 들었습니까? 불안해 죽겠다는 데 그마저 얼마 없는 안전지대마저 부수라는 것은 무슨 얘긴가요? 니체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한다. 그러나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안전한 곳에 있으면 상처도 덜 받고, 걱정할 일도 줄어들겠지만 우리는 성장의 가능성을 잃게 됩니다. 책을 도발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오직 불확실성을 직면할 때에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요.
니체는 그만하면 됐다, 충분히 잘 했다고 우리를 위로하지 않습니다. 넌 아직 덜 망했다, 완전히 망한 뒤 새로 시작해라, 네가 처한 상황에서 눈을 돌리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다른 이의 위로와는 다른 니체의 메시지를 듣고 있으면 뭔가 다른 변화가 생깁니다. 이전까지 받았던 위로와 공감은 하루가 지나면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똑같고, 내일의 나도 오늘의 나와 똑같을 것입니다. 니체를 바로 이런 관성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제공해 줍니다. 우리를 덮은 이불을 치워버리고 우리의 엉덩이를 발로 차서 집 밖으로 내쫓습니다. 어제와 다른 무언가가 생겨났기에 내일의 나는 비로소 오늘의 나와는 조금 다른 존재가 됩니다.
궤도를 이탈하라, 비극에 YES하라 등 우리가 마주하게 될까 두려워 벌벌 떨었던 그 상황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맞이하라고 말합니다. 일부러 그런 상황으로 더 들어가라는 황당한 조언을 합니다.
얼마 전 걸그룹 리센느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화제가 된 말이 있습니다.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이 말은 니체가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모르 파티가 단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의 패배적 수동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훨씬 더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운명을 긍정하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가오는 운명에 순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인정하고 도리어 사랑해버리라는 겁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얼마든지 와 기꺼이 라는 이 두 단어를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내게 주어진 운명이 무겁게만 느껴지고, 늘 불안에 떨었는데, 이제는 얼마든지, 기꺼이 짐을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오늘도 불안에 짓눌려 몸을 숙이고 있는 분들, 리센느 영상을 본 후 니체의 사상에 관심이 생긴 모든 분들께 이 책, 불안한 날에 니체를 읽는다 를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쉽게 위로해 주지 않는 니체의 조언을 통해 이제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