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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연단, 그리고 다시 시작 - 일터를 잃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
염재현 지음 / 은빛물결 / 2026년 5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실직은 사별에 준하는 스트레스를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의 생애 큰 사건입니다. 특히나 한 가정의 가장이 어느 날 해고 통보를 받는다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울까요? 지극히 평범한 계약직 직장인으로 살다 계약 만료를 하루 앞두고 해지 통보를 받은 염재현 선생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녹여 출간하였습니다. 실직, 연단, 그리고 다시 시작 이 그것입니다.
계약 만료 하루 전에 해지 통보를 한다는 건 정말 황당한 일입니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일이 있나 싶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겪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차마 주변에 얘기하지 못할 뿐이죠. 이 책의 저자도 해고를 당한 날에도 차마 집에 말하지 못합니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출근 배웅을 하는 아내에게 도저히 현실을 말할 자신이 없었던 겁니다.
양복을 입은 채 가짜 출근을 하고 모교의 도서관에 향합니다. 막막한 시간을 보내던 중 동료의 전화를 받고 향한 기도원, 그곳에서 저자는 어디에도 이야기 할 수 없었던 마음 속 설움을 토해냅니다. 가장의 책임감도, 한 사람의 자존심도 내려놓은 채 눈물을 쏟아냅니다.
기도했다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진 않습니다. 저자는 이후로 16개월의 실직 생활을 보내게 됩니다. 직장가입자로 되어 있던 건강보험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며 부양가족에 등재되어 있던 부모님이 분리됩니다. 이제 온 세상이 내 해고를 알게 됩니다. 직장인 신용대출의 만기가 다가오고, 현재 무직인 이유로 대출 연장이 거부됩니다.
책을 읽으며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 자빠지고, 세상이 뒤집어질 만한 어마어마한 고난은 아니지만, 말그대로 내가 언제라도 겪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고난을 마주 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책의 전개 자체도 지독하게 현실적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상황을 가감없이 기술합니다. 한 달에 몇십 만원 내는 의료보험이 부담돼 전화로 사정하는 모습, 집과 차가 있다는 이유로 면제되지 않는 상황 등이 상세하게 묘사되며 그 어떤 책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실제적인 두려움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뒤이어 계속된 도전과 좌절, 고민과 후회가 그려집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어떤 미사여구 없이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책을 읽으며 실직의 고통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지만 저자의 삶은 실직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광야를 통과하며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버렸고,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가 잔잔하게 기록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의 무게와 한 사람의 영적 고단함이 고스란히 체험되었습니다. 인생의 긴 터널을 지나고 계신 분들과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자녀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실직, 연단, 그리고 다시 시작을 통해 어디서도 말하지 못한 마음 속 고통을 함께 느끼고 이해하며 위로와 공감과 성장을 경험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아버지와 가족을 진심으로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