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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도감
박우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제목만 보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독특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인간실격도감. 여러분은 이 제목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인간실격이란 말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제목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뒤에 도감이 붙다니요. 도감은 그림을 모아놓은 책을 말하는데, 그렇다면 이 책은 인간으로서 실격된 자들을 그림으로 모아놓았단 말인가요?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정확합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간실격의 도감입니다.
책의 판형부터 평범하지 않습니다. 세로로 길지 않고 도리어 가로로 긴 판형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면서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책의 분위기와 오히려 더 잘 맞습니다.
인간실격이라고 해서 살육을 일삼는 엄청난 범죄자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간실격은 어떤 면에선 지독히도 평범하고 특이할 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더 불편하게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예 범죄자 같은 악인이 나온다면 제3자의 입장에서 혀를 끌끌 차며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 책 속 인간실격은 묘하게 내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불편하고, 어떤 면에선 불쾌합니다.
너무 편한 사이라 가족에게 내뱉은 날카로운 말들, 익숙함에 속아 평범한 일상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지난 날들, 이 모든 것이 후회와 회한, 분노로 뒤섞이며 인간실격도감을 한 페이지씩 채워나가고, 이 모든 내용을 보는 독자의 마음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내용이 나에게 대입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예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이 나와 무관하더라도 얻어갈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는 아버지 지갑에 손을 댄 자식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지갑은 텅 비어있었고, 텅빈 지갑엔 덩그라니 가족사진 한 장이 들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돈 한 푼 들어있지 않은 지갑을 들고 다니는 아버지의 상황은 어떠했을까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텅빈 지갑을 펼쳐들고 가족의 사진을 보는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아버지의 지갑에 손을 댔다가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된 아들은 어떤 걸 느꼈을까요? 이와 비슷한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이 상황을 보며 보편적으로 느끼고 깨닫게 되는 교훈이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이 모든 이야기를 단편적인 그림으로 표현하여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놀랍도록 직관적으로 전달해 줍니다. 어쩌면 쇼츠와 릴스 시대에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보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이미 겪은 후회와 앞으로 분명히 겪게 될 후회가 동시에 보였습니다. 내가 이미 겪은 후회는 어찌할 수 없지만, 앞으로 겪게 될 후회는 미리 알고 분명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후회할 짓을 사전에 막아봅시다. 이렇게 다짐해도 나란 놈은 분명 후회할 짓을 또 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간실격을 미리 알고 그림으로 가슴에 새겨두면 분명 어제보단 조금 더 나은 선택, 1cm라도 나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다 읽고 또 읽을 생각입니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덜 실격된 인간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분명 페이지마다 나의 불편한 모습이 오버랩될 것입니다. 신간, 인간실격도감을 통해 우리에게 예정된 후회의 길을 조금이라도 피해봅시다. 인간실격도감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