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파더
유주리 지음 / 별빛들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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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한 세대 전만 해도 아버지를 살갑게 여기는 자녀가 많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그저 일하는 가장이었고, 집에 돈을 벌어다 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을 뿐입니다. 나름 성실하게요.

 

유주리 작가님의 첫 책, 디어 마이 파더는 제목 그대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기록한 가족 에세이입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조금도 특별할 것이 없는 우리네 평범한 아버지였습니다. 다른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딱딱하고 거칠었고 성실했죠. 그런 아버지가 암에 걸립니다. 이 책은 아버지의 암 진단 이후 벌어지는 딸의 생각을 가감 없이 그려냅니다. 너무 솔직하고 디테일한 묘사에 책을 읽으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 몰입하며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암 진단은 평온한 일상을 깨뜨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루틴이 깨지자, 비로소 저자와 가족은 기존과 다른 시각을 갖게 됩니다. 늘 보던 아빠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고, 몰랐던 속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행동과 말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고모와 통화하며 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고, 농사짓다 다리가 찢어져도 고구마밭을 뛰어다니던 사람이 처음으로 아프다며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 보입니다. 무언가 바뀌고 있습니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조금씩 물렁물렁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가 아버지에 대해 잘 몰랐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픈 아버지를 간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병원을 뒤집어엎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하고, 지나간 원망을 붙잡았다가 놓았다를 수십 번 반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가족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변화에 적응해 갑니다.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며, 가족은 함께 늙어 갑니다. 아버지는 조금씩 변화하고, 가족들도 조금씩 더 이해의 폭을 넓혀 갑니다. 저자와 아버지는 너무 많은 것이 달랐습니다. 아버지는 남자, 저자는 여자, 몸을 쓰는 아버지, 생각을 쓰는 딸, 살아온 세대도 가치관도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야만 하는 지점에 이릅니다.

 

암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조건이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지독하게 평범한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우리 가족의 누군가가 떠오르고, 내 마음속을 들춰낸 듯한 선명한 문장에 움찔 놀라게 됩니다. 안녕하지 못한 부녀 사이, 서로에 대한 깊은 오해, 밖에서 보기엔 아무 문제 없는 가족. 베이비부머 세대를 부모로 둔 우리 대부분의 가족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지 못하는 존재를 사랑할 수 있나요? 사랑하려면 먼저 알아야죠. 이 책은 내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딸의 고민에서 시작합니다. 딸은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을 글에 녹여 이 책에 담아냈습니다.

 

딱딱하고 조금은 거친 아버지를 가진 모든 자녀에게 이 책, 디어 마이 파더를 추천해 드립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 덜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에 대한 더 깊고 찐한 앎을 통해 조금 더 진솔한 사랑의 관계로 나아가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오랜 고민이 이 책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고, 꽤 괜찮은 사이로 성장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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