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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과 처형의 역사
다카히라 나루미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2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박물관에 가거나 유적지를 방문했을 때 가장 임팩트 있는 전시는 단연 고문 기구일 것입니다. 저도 어린 시절 박물관 견학을 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온통 고문에 관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최근 참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고대 세계부터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경험한 고문 기구와 처형 방법을 총망라한 책입니다. 신간, 고문과 처형의 역사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고 발칙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갑니다.
책에는 총 104개의 고문 기구와 처형 방법이 등장합니다. 고문 기구라고 하면 왠지 유럽 중세 시대의 기구들이 떠오르지만 이 책은 유럽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사례를 종합적으로 제시합니다.
텍스트로만 설명이 진행되면 머릿 속에 처형 장면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책은 상세한 그림을 통해 고문의 과정과 처형 방법을 디테일하게 표현해 줍니다. 오른쪽의 그림을 먼저 본 후 왼쪽의 텍스트를 읽으면 그 잔인함과 공포에 몰입이 되어 서늘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잔인한 처형 방법을 말해달라고 하면 모두가 입을 모아 능지처참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죄인의 살을 발라내는 능지형이나, 말 네 마리에 죄인의 팔다리를 묶은 후 말을 동서남북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게 하여 사지를 찢어 죽이는 처참형까지 막연하게 우리나라 고대의 어느 순간에 있었던 형벌이라고만 알고 계셨던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실제 우리가 알고 있던 능지처참과 유사하지만 더 본류에 가까운 처형 방법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능지형은 이 책의 49번과 50번에 소개되는데, 5세기부터 20세기 초 중국에서 죄인의 피부를 도려내는 잔혹한 방식으로 사용된 처벌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조도 아닐 뿐더러 우리나라는 오히려 너무 잔인하여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 책은 오대 시대 이전과 오대 시대,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에서 각각 능지형이 어떻게 집행되었는 가를 나누어 설명해 줍니다. 처참형은 이 책의 90번에 소개되는데, 우리가 능지처참형이라고 잘못 알고 있던 이 형벌의 원래 이름이 능지처참이 아니라 거열형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극에서 주로 봤기에 우리나라의 처형방법이므로 중국에서 유래되었겠거니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프랑스에서도 이와 같은 처형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되었습니다. 1610년 프랑스에서 거열형이 집행된 기록이 있고, 1572년엔 일본에서 거열형이 집행된 기록이 있습니다. 가장 잔인한 처벌 방식을 서로 연관이 없는 동양과 서양에서 비슷한 시기에 각자 집행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당시 권력자들은 말의 달리는 모습과 힘을 보며 저것을 죄인들에게 적용해 괴롭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을까요? 시대와 지역을 넘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습니다. 내용 자체는 유쾌한 책이 아니지만, 도저히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잠에 들기 전 자극적인 숏츠나 릴스를 보고 주무시는 분들은 이제 이 책, 고문과 처형의 역사를 읽어보세요. 상세한 그림과 설명을 통해 인류 역사를 관통한 가장 자극적인 공포의 절정을 경험해 보시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 대신 이 책을 통해 도파민을 꽉 채워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