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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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최근 한국의 청년 사이에 다자이 오사무가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우리와 다른 나라, 다른 시대를 살았던, 어찌보면 별 상관없는 이의 인생이 왜 다시금 우리를 사유하게 하는 걸까요? 다자이 오사무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에 청년의 삶만을 살았습니다. 그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청춘은, 그와 같이 삶의 절벽 앞에 서있는 우리 청춘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공감의 언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막상 다자이 오사무를 읽어보자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양부터 읽어야 할지, 뭔가 그럴싸한 인격실격부터 읽어야 할지, 또 읽는다고 해서 내가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심이 듭니다.

 

번역가이자 북 큐레이터인 박예진 선생님께서 이번에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엮어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이 책에는 사양, 인간실격, 여학생 등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을 비롯한 열두 작품에서 엄선된 문장을 뽑아 기록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특정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하며 읽는 분들은 이 책에 이미 선정된 문장을 골라 보시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책을 읽으며 책의 구성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왜 저자의 직업이 북 큐레이터로 소개되는 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좋은 문장만을 발췌해 전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 작품을 소개하듯 저자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고, 줄거리 흐름에 맞게 주요 문장을 보여주며 독자의 집중도를 끌어올립니다. 이때 원문이 함께 제공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번역가의 손이 탄 문장도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정말 소장하고 싶은 문장은 다자이 오사무가 써내려 간 글 자체일 테니까요.

 

마치 박물관에서 작품 설명을 듣듯 책 소개를 듣고 의미있는 문장을 정리해가다보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리된 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란 저에게 너무도 힘든, 어떤 면에선 불가능해보이기까지 한 작업인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사상과 생각, 주제의식에 대해 너무 쉽고 명쾌하게 배워갈 수 있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삶은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늘 외로워 했고, 또 괴로워 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인데 부제가 설명하듯 그는 늘 살아 있음을 슬퍼했고, 그럼에도 살아내기 위해 고독을 건너곤 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읽어본 다자이 오사무의 책은 인간실격 한 권 뿐이었습니다. 이 책이 너무 좋아 소장하며 읽었는데도 정작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작품을 읽을 엄두는 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작품을 읽으며 내가 막연히 만들어 놨던 다자이 오사무와는 조금 다른 면의 그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 실격을 읽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다자이 오사무라고 가정하고 읽어도 큰 무리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여학생처럼 화자가 전혀 다른 그의 작품은 제가 생각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물론 작품의 느김은 달라지지만, 이 책의 설명을 들으며 문장을 읽으니 결국 여학생 같은 작품에서도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감성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가족과 세상의 기대감과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의 갈등, 방황, 그리고 뒤따르는 고독, 왜 우리가 지금 다시 다자이 오사무를 찾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문장의 기억 시리즈를 더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도 읽어봐야겠어요. 궁금했지만 혼자서는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았거든요.

 

좋은 북 큐레이터와 함께 위대한 문장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분들께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을 추천해 드립니다. 혼자 읽으면 포기하게 되지만 좋은 가이드와 함께라면 낯선 곳도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고독하고 외로운 다자이 오사무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느끼게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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