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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 땐 필사책 -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 내는 정신과 의사의 필사 처방전
전미경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1월
평점 :

모든 현대인이 불안에 잠식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불안한 사람보다 불안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워 보입니다. 여러분도 불안하시죠?
불안은 왜 불안일까요? 조금 이상한 말 같지만 불안은 막연하기에 불안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불안은 실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지만 그냥 일단 불안합니다. 오늘도 불안하고, 내일도 불안할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전미경 원장님께서 불안할 땐 필사책이라는 신간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의 제목은 좀 멋있게 지어도 될텐데 너무 직관적인 이름입니다. 불안할 땐 필사책! 제목에 떡하니 필사책이라는 단어가 박혀 있네요.
그런데 이 직관적인 제목이 놀랍게도 불안을 해소하는 엄청난 인사이트를 제공해 줍니다. 우리의 불안은 말 그대로 막연하고 애매합니다. 흐리멍텅하고 그런데도 지독하게 우리를 괴롭히죠. 이 뿌연 존재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불안치료를 향한 첫걸음을 떼는 것입니다.
25년 간 10만명 이상의 환자를 만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읽고 그것을 내 손으로 하나하나 따라 써 보는 것입니다. 저자의 글을 그대로 따라 써보아도 좋고, 저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 손으로 써 보아도 좋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쓰면서 불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게 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써보면서 내 감정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필사는 뿌연 안개를 치우고 대상 혹은 나 자신을 좀 더 명확히 규정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컬러링북이나 스티커북 같은 것이 유행하더라고요. 그저 막연히 따라하고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힐링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필사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전해주는 저자의 이야기가 참 좋습니다. 노련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상황과 감정에 대해 정확히 정의해주며 이에 더해 따뜻한 공감의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나 혼자만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기도 하고, 이 감정을 극복해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일주일 후 기록을 읽으며 나만의 감정패턴을 찾아보라는 등 실제적인 팁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사회 생활을 하며 혼자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디에 얘기하기도 부끄럽고,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내 안에 고름으로 남아버린 감정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지금 못하는 것과 아직 못하는 것을 구분하라고 조언합니다. 별 것 아니지만 저자의 조언대로 아직이라는 한 단어를 넣는 것 만으로도 상황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못했다는 상황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해석은 다르게 내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막연한 감정, 뿌연 불안, 감춰둔 속상함을 끄집어 내세요. 감춰두고 숨겨두면 반드시 썩게 됩니다. 따라 쓰고, 답을 써내려가며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얻게 되시길 바랍니다. 변화를 원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 불안할 땐 필사책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