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가에서 - 예술이 나에게 주는 일 년의 위로
부이(BUOY) 엮음 / 부이(BUOY)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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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참 희한한 책이 출간됐습니다. 740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은 나의 창가에서. 제목만 들으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책인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그런데 첫 페이지를 넘겨 보아도 아무런 설명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 흔한 머리말도 책소개 글도 작가 소개도 없이 바로 본문이 시작됩니다.

 

책은 마치 일력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1월 1일 각각의 날에 맞춰 하나의 토막글이 소개되고 한 장의 그림이 더해집니다. 그리고 다음 날로 넘어갑니다. 1월 2일에도 하나의 토막글과 한 장의 그림이 전해집니다. 어떠한 공통적인 주제 의식이나 목적 없이 책은 그날에 맞춰 글과 그림만 전달합니다.

 

여기에는 문학 평론가의 해설이나 큐레이터의 분석 같은 것도 더해지질 않습니다. 출판사의 첨언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하나의 문장과 한 장의 그림만 전해질 뿐입니다. 아무런 설명도 해설도 없는 이 책은 마지막에 가서야 레퍼런스와 함께 한 줄의 설명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설명은 책이 아닌 출판사에 대한 것입니다. 조용한 순간에도 빛은 잃지 않고 마음을 띄우는, 부표와 같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제야 이 책의 전개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그저 마음에 띄우는 부표와 같은 책입니다. 의미 있는 문장이나 그림 하나를 놓고도 사람마다 그에 대한 반응과 해석이 다를 것입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설명을 하나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독자의 하루에 글과 그림을 부표처럼 띄워놓을 뿐입니다.

 

하루를 살다 보면 하루에 치입니다. 하루에 갇힙니다. 우리는 하루에 매몰됩니다. 그런데 이 책에 기록된 나와 다른 세계,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살던 이의 글과 그림을 가만히 보는 것은 나의 하루를 확장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1800년대 유럽 소녀의 모습이나 1700년대를 살았던 철학자의 고뇌, 나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하루를 살아낸 이의 삶을 상상하고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오늘 하루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세상을 인지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면에선 참 큰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교훈을 주거나 감동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냈던 순간을 예술로 담아냈고, 예술은 텁텁한 내 삶과 대비되어 특별한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

 

왜 힐링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되는 참 놀라운 아트 캘린더북이 찾아왔습니다. 어제의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이 오늘 전해지고, 내일엔 또 오늘과 전혀 상관없는 그림이 전해질 것입니다. 그것이 켜켜이 쌓여 내 삶을 확장하고 조용하고 묵직한 위로를 전해줄 것입니다.

 

삶이 퍽퍽해 예술이라는 기름칠을 해야 하는 분들께 이 책, 나의 창가에서를 추천해 드립니다. 일 년을 함께 하며 창가 밖으로 보이는 새로운 세상을 훔쳐보세요. 방 안이 세상 전부가 아닙니다. 창가로 슬며시 내다보면 나와 같지만, 다른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수많은 지성이 보일 것입니다.

 

다가오는 새해 선물용으로 참 좋을 아트북입니다. 나의 창가에서를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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