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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기면 좋을 텐데
여름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5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대단한 사람의 위인전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가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합니다. 여름 작가님의 에세이,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기면 좋을 텐데 는 겉보기엔 가장 평범해 보이는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습니다. 물론 말그대로 겉보기엔 평범하다는 거죠. 이 책을 통해 드러낸 그녀의 숨겨진 속살은 상하고 다치고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인생도 돋보기로 들여다 보면 참 많은 상처와 사건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혼 가정에서 자라났습니다. 아버지는 새엄마와 재혼을 했고, 새엄마와의 관계는 어린 소녀의 가치관에 많은 혼란을 주었습니다. 알콜 중독인 아버지는 폭언과 폭행으로 했고, 새엄마는 외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가정은 불안하고 위태로웠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성인이 된 후에도 회복되지 못한 채 조금씩 더 곪아갔습니다. 간호대를 나온 저자는 시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바의 마담 일을 하기도 하고, 결국 본인도 이혼을 하게 됩니다. 참 다사다난한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울증으로 고통 받던 저자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됩니다. 치료를 받으며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던 어린 아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어린 자신을 토닥이며 위로해 줍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이해하지 못해도, 오직 나만은 나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자는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위로의 힘을 배우게 됩니다.
본인이 이혼 가정에서 힘든 삶을 살았는데, 자신의 아이에게도 이혼 가정의 삶을 살게 해야 하는 엄마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저자는 아이를 위해 이혼하지 않는다는 상투적인 결심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걷지 못했던 당당한 길을 가르쳐 줍니다. 오늘 하루 더 많이 실패해 보라고 말이죠.
보통 결핍있는 삶을 산 사람의 경우 자신의 아이는 과보호하기 마련입니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해 고통의 고자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결국 아이를 망치게 되죠. 그런데 저자는 아이에게 건강한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줍니다. 세상은 내뜻대로 되지 않지만 우리는 얼마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이끌어 줍니다.
이것은 아이에게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닙니다. 저자 본인도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고 늦은 타이밍에 새로운 일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어제완 다른 내일을 만들며 조금씩 마음의 굳은 살을 만들어 갑니다.
전쟁에 이기고, 세상을 뒤흔드는 위인의 역사만이 책으로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만이 아는 아주 작은 진보를 이루고, 자신의 아픔을 남에게 전가시키지 않고, 포기하고 싶을 때 힘을 내어 다시 도전하는 평범한 삶이야 말로 마찬가지로 평범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메시지가 되어줍니다.
여기 평범하고 상처 많은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신간 에세이,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기면 좋을 텐데 를 통해 조금 더 단단해지는 내일을 마주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이 책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