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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
                    김이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8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엄마가 영원히 우리 곁에 있으리라 믿는 것은 어린 아이 뿐일 것입니다. 엄마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미래입니다. 다만 아주 먼 미래이길 바랄 뿐이죠. 우리 역시 많이 늙은 후에야 비로소 아주 아주 늙은 엄마가 세상을 편하게 떠나시길 꿈꿉니다.
 
그런데 엄마가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다면 우린 어떤 마음이 들까요? 그것도 스스로 삶을 마감하신다면요.
 
김이경 선생님의 에세이,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 은 82세의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회상하며 기록한 딸의 글입니다. 딸은 엄마를 떠나보내고 막막하고 답이 없는 상황에서 엄마를 기억하고 되짚어보며 한 자 한 자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짐을 정리하면서 딸은 자신이 엄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50 넘는 인생 동안 바라보고 산 엄마인데도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엄마가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오랜 기간 합창단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기도 하고, 산을 좋아하는 줄도 전혀 몰랐는데 등산복 입고 환하게 웃는 낯선 엄마의 사진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나를 키워낸 엄마의 삶은 행복했을까?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까? 후회와 자책의 밤을 보내며 엄마와의 기억을 정리합니다.
 
돌이켜보면 엄마를 향한 딸의 기억은 더듬더듬 되짚어 보아야 하는 것이지만, 엄마는 딸에 대해 참 자세히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냉장고가 없는 대학 기숙사 생활을 하며 시원한 보리차가 먹고 싶다고 했던 말도 30년이 지나도록 기억하고 있었고, 사회초년생 시절 보일러가 고장난 집에서 고생을 한 이야기도 수십년이 지나도록 잊지 않고 계셨습니다. 엄마는 딸에 대해 매일 생각하기 때문에 기억할 것도 많지만 딸은 엄마만큼 엄마를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기억을 되짚어 갈 수록 후회와 자책할거리만 더해집니다.
 
좋은 기억 뿐 아니라 상처를 준 기억은 더 강렬하게 남습니다. 사우나에서 낙상 사고를 당한 후 평소와 달리 이상증세를 보이던 엄마를 케어하며 던졌던 "엄마는 손이 너무 많이 간다"는 말이 이제는 부메랑처럼 딸에게로 돌아와 꽂힙니다.
 
기억의 끝에서 딸은 엄마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이 책의 제목으로 정리합니다. 엄마,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이 될게요.
 
이제 엄마는 없지만 엄마의 기억으로 딸은 세상을 살아갑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문득 엄마가 떠오르겠지만 그 기억에 더해 남은 생을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답게 살아가는 것 역시 남겨진 자의 몫입니다.
 
세상 모든 딸에게 이 책,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을 추천해 드립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아름다운 이별을 미리 준비하는 법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고, 혹시 이미 부모님이 떠나셨다면 남겨진 자가 아픔을 어떻게 소화하는 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참 좋은 책입니다.
 
그리움이 마냥 절망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을 압니다. 이 책을 통해 엄마와 가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