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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 - 갓생에 굴하지 않는 자기 존중 에세이
김보 지음 / 북라이프 / 2025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우리 인생에 가장 큰 죄책감을 주는 것은 아마도 게으름일 것입니다. 우리는 늘 막연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좀 더 열심히 살 수 있었는데, 그때 좀 더 성실하게 일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래서인지 서점을 방문해보면 온통 게으름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책들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여기 조금 독특한 주장을 하는 책이 등장했습니다. 게으른 채로도 잘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발칙한 책입니다. 김보 작가님의 신간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 은 게으름으로 자책하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해석을 전해줍니다.
저자는 게으름에 대한 정의부터 똑바로 내려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최근 주토피아2 개봉 소식이 전해지며 주토피아1을 다시 찾아보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주토피아1에 등장하는 나무늘보야 말로 게으름을 시각적으로 가장 완벽히 구현해낸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늘보는 정말 게으른 걸까요? 게으르다는 건 정확히 무얼 말하는 겁니까? 일을 느리게 하면 게으른 건가요?
이 책은 사람마다 각자의 템포가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무늘보는 시청자의 시각에선 게을러보일 수 있지만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의 패턴을 찾아 적절하게 일을 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나무늘보보다 빠르게 일하면서도 더 게으른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게으름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게으름에 대한 정의는 지나치게 이미지화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부지런해보이는 사람도 실제론 게으른 상태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게으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갓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만의 게으름이 있습니다.
게으름이 제거되고 완벽한 성실만이 남은 삶이 정말 갓생일까요? 강하게 힘만 주다보면 어떤 것이라도 결국 부서지기 마련입니다. 성장에 매몰되어 전진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의 삶이라도 모두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태어나면 유년기와 성장기를 거쳐 어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성숙기입니다.
키가 자라고 몸이 다 컸다고 어른이 된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템포를 알고, 삶의 여유와 요령,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리듬을 찾아가는 성숙기의 과정을 거쳐 우리는 어른이 됩니다. 아니, 어른까진 못돼도 그 비슷한 으른 정도는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는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제보다 나은 삶이어야만 가치 있는 오늘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삶은 그렇게 우상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뭐가 더 낫다는 것 역시 정의하기 힘든 개념이고, 성공 뿐 아니라 실패와 머뭇거림 같은 것들이 다 모여 결국 나의 내일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어른이 되지 못한 미생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어른이들에게 이 책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 을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는 어쩌면 게으른 채로도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구와의 비교도 아닌 진짜 나를 이해하는 삶을 통해 우리는 으른 비슷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게으르신가요? 그것도 당신입니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인정하며 각자의 성숙을 이뤄가길 바랍니다. 귀찮고 천성이 게으르더라도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