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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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라는 이름이 조금은 황당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인도 지역 등은 문화, 종교, 인종이 모두 다른데 왜 아시아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걸까요? 이건 너무 유럽인의 시각으로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역시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서양을 칭할 때 그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그냥 서구권 전체를 뭉뚱그려 서양이라고 표현할 때가 많습니다. 서양이라고 다 같은 문화는 아닐텐데요.

 

빈 대학교의 고전 고고학 교수로 재직중인 영국의 고고학자 니샤 맥 스위니가 집필한 책, 만들어진 서양은 우리가 뭉뚱그려 서양이라고 부르는 그들에 대해 심도있게 파헤친 역사 문화 서적입니다.

 

우리가 서양 문명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것은 로마 제국과 기독교 정도일 것입니다. 단편적인 우리의 지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몇가지 기준에 맞춰 서양의 모든 문화를 해석하려 합니다. 하지만 서양의 근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입체적입니다.

 

우리가 서양 문명을 공부할 때 대개 시작점은 그리스 신화일 것입니다. 뒤이어 로마 제국의 흥망사를 볼 것이고, 기독교를 통해 완성되어가는 현재의 서양에 이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라봅니다. 예를 들어 중동 이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재해석된 문화를 수용한 유럽의 모습이나, 더 나아가 인도 아대륙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주고 받은 그리스의 문화적 영향력 등 유럽 단일 대륙으로써 발전한 서양 문명이 아닌, 다분히 교차적이고 상호 수용적으로 발달해 온 그들의 뿌리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심지어 기독교라는 것도 기독교라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엔 너무 많은 분파와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책이 시작부터 정의하듯 서양이 하나의 단일체가 아니라면, 그리스 로마 문명도 하나의 줄기로만 해석할 수 없고, 기독교라는 종교 역시 하나의 단일체로써 존재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수많은 종파와 사상들이 서로 각축전을 벌이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상호 발전해가며 현재에 이르게 됩니다. 한마디로 현재의 서양에 이르게 된 길은 단일하게 뻗어나간 하나의 큰 길이 아닌 지엽적인 수많은 갈래길을 통해 연결되고 합쳐지고 찢어지며 도달하게 된 복잡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선 서양에 대한 정의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현재에 느끼고 있는 서양에 대한 인종 및 지리적 정의는 18세기 인류가 생각했던 서양에 대한 정의와 다르고, 19세기 사람들이 생각한 정의와도 또 달랐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단순히 서양을 넘어 인류 문명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문명이란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것이라는겁니다. 즉, 어느 시대를 놓고 각 사람마다 느끼는 문명의 정의는 다를 수 있고, 그것은 동일 시대를 놓고 보아도 지역마다, 국가마다, 종교마다 다르게 해석되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되며 다양한 역사적 지식을 얻어가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이 단일한 문화지대일 것이라는 생각도, 그리스 로마 문명을 서양이 계승하고 있다는 생각도 모두 지나치게 단편적인 오류일 수 있습니다.

 

니샤 맥 스위니의 만들어진 서양은 서양 문명을 바라보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선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서양에 대한 정의가 얼마나 좁은 것이었는지를 깨닫고, 다양한 인종의 관점에서 서양사를 바라보는 경험을 한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는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실 겁니다.

 

서양이 무엇인지, 역사는 어떻게 정의되고 선택되어지는지 알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 만들어진 서양을 추천해 드립니다. 약간은 삐뚤어진 시선을 통해 사물을 더 풍성하게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서양의 모습을 발견하며 좀더 성숙한 관찰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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