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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도 괜찮아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전하는 '우울 졸업'과 행복한 은둔 생활
가토 다카히로 지음, 최태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6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도 너무 많은 이들이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고립 청년이 50만명이 넘는다는 뉴스가 보도돼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은 왜 숨어들었으며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걸까요?
우리보다 먼저 사회적 진통을 겪은 일본에서 이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전해주는 심리학 서적을 출간했습니다. 홋카이도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정신과 전문의 가토 다카히로가 쓴 도망쳐도 괜찮아가 그것입니다.
가토 다카히로 교수는 규슈 대학과 홋카이도 대학에서 히키코모리 전문 클리닉을 개설해 운영 중입니다. 누구보다 많은 히키코모리를 만난 저자는 우리에게 조금 특별한 해법을 전해줍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도망쳐도 괜찮다고요.
우리는 도망치는 자체가 우리 인생에 대한 패배 선언이라고 받아들이곤 합니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스스로를 패배자로 정의하며 세상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면서 얻게 되는 감정은 죄책감입니다. 맞서 싸우지 못하고 회피한 자신에 대한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그 죄책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무엇에 대해 죄를 지은 것일까요? 도망치는 것이 죄라면, 도망치지 않는 것은 미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까?
저자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이 도망친 대상은 대개 사회적 역할이었다고 말합니다. 즉,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기 버거워 회피한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감당하며 살 때 인류가 존속할 수 있기에 DNA 차원에 새겨진 명령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런 것은 그저 내 마음이 제멋대로 정해버린 것에 불과합니다.
도망치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선 도망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생명의 위협이 있지 않은 데도 도망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내 마음이 안전하게 쉴 곳을 찾는 것이므로,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 과정을 잘게 쪼개어 나만의 안식처, 거처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나만이 알 수 있는 작은 안식처를 만들어 두고 그 곳에서 잠시 쉬는 것입니다. 굳이 문제로부터 도망치지 않아도 우리는 그 문제 과정에서도 안정을 취할 방법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힘들어지면 정신건강의학과로 도망치면 됩니다. 그곳 역시 안전한 곳이지요.
이 책은 도망치는 것을 나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도망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직면과 도망, 딱 두가지로 보지만 이럴 경우 도망치지 않는 것 자체를 선으로 보고, 도망치는 것은 죄로 보는 이분법에 빠지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도망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도망치는 경우의 수 안에서도 비교적 더 좋은 도망이 있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알아서 도망도 잘 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신선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잘 도망치고 계신가요?
건강한 도망법을 알려주는 책, 도망쳐도 괜찮아를 통해 잘 도망쳐 안식을 얻으며 전진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세요. 이 책을 통해 잘 도망치는 것이 마음건강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놀라게 되실 겁니다. 잘 도망치고 잘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