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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좌절
김경일.류한욱 지음 / 저녁달 / 2025년 5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자식을 적당히 사랑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아이에게 적당히라는 표현은 영 어색하게만 느껴집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와 류한욱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가 함께 집필한 신간, 적절한 좌절은 부모의 애착과잉을 지적하며 적절하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놀라운 책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절함이란 아이가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 부모가 신경써야 할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부모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겠습니까? 부모는 자연스레 한을 품게 됩니다. 내 자식만큼은 절대로 고생없이 살게 해주리라.
하지만 한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좌절과 실패의 경험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육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부모가 아이의 좌절할 권리를 뺏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좌절을 적절히 겪어보지 못한 채 미성숙한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캥거루족이니 니트족이니 하는 말이 유행어가 된 것도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었습니다.
아기는 아주 어린 시절엔 엄마와 나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조금 더 크게 되면 엄마와 나를 구분짓게 되지만 이 때 애착이라는 것이 생겨납니다. 이후 이 애착은 성장 단계에 맞게 적절히 다뤄지며 궁극적으로 분리 독립의 상태로 나아가야 합니다. 부모만을 바라보면 아이의 세계는 점차 확장되어 또래집단과 사회로 나아갑니다.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에 분리 독립의 단계를 전부 거치지 않은 청소년, 성인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고 필수적인 것이지만, 독립성을 키워주는 것 역시 그 못지 않게 중요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부모와의 관계 설정이 건강하게 되지 않은 아이는 또래 집단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드러낼 확률이 높습니다.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 해준다면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의무와 권리를 알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부모가 책임져 준다고 믿는다면 말그대로 책임감 없는 행동을 하며 좌절로부터 빗겨난 성장을 하게될 것입니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부모가 철책을 걷어내고 아이를 책임의 자리로 밀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 실패라도 하면 어쩌나요? 부모가 크면서 겪은 절망감마저 대물림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왜 좌절을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시나요? 좌절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까?
자기 내면의 좌절을 다뤄보지 못한 아이가 성장하면 어떻게 될까요? 마주하게 되는 문제 앞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좌절을 회피하는 성향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이것을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이 책에선 방어기제가 확장되면 나르시시즘으로까지 나아간다고 이야기합니다.
겉보기엔 자신감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할 수 있는 일만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약간의 어려움만 와도 움츠러들고, 머릿 속으론 자신이 잘하는 것만 생각하며 자신의 좌절없는 인생을 더 공고히 지켜나갑니다. 미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자녀 교육에 대하서도 너무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한 놀라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참 좋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좌절을 어떻게 다루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아이는 오늘 적절한 좌절을 겪었습니까?
김경일 교수, 류한욱 원장의 신간 적절한 좌절을 통해 자기주도적이며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는 육아의 정도를 배워보시길 바랍니다. 부모가 변해야 아이도 변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연약함을 깨닫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건강하게 성장해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