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 않는 법 - 무엇이 죽고 싶게 만들고, 무엇이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가
클랜시 마틴 지음, 서진희.허원 옮김 / 브.레드(b.read)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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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왜 자살을 꿈꾸는 것일까요?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검색어 제한이 걸리는 분위기에서 누구도 진지하게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긴 힘듭니다.

 

철학자이자 작가인 클랜시 마틴 교수는 10번이 넘는 자살 시도 끝에 살아남은 자살 생존자입니다. 클랜시 마틴 교수는 철학자답게, 자신이 겪은 자살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풀어 책을 썼습니다. 신간, 나를 죽이지 않는 법이 그것입니다.

 

자살을 대하는 세상의 반응은 철저한 회피입니다. 어쩐 일인지 우리 주변엔 자살에 대해 언급해선 안된다는 규율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사람이 헤로인 중독으로 세월을 보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이 어느 호텔방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경우 그의 사인은 무엇인가요? 당연히 자살입니다. 하지만 주변인을 비롯한 언론까지도 그의 사인을 약물 중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마약보다 자살이 더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자살로 죽은 이에게도 굳이 다른 사유를 들어 죽음의 원인을 바꿔주려고 애씁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그때마다 대화의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이를 위험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자살하는 이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안에는 이에 대한 두려움 내지는 거부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자살자에 대해 공감을 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 자살율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자살을 시도하는 이조차도 자살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어디에서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인데, 왜 우리는 적의 이름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요?

 

저자는 모든 직업군 중 철학자의 자살 빈도가 가장 적음을 발견합니다. 게다가 자살에 관한 글을 쓴 철학자 중엔 후에 자살에 성공한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음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자살에 관해 심사숙고하고 공부하고 씨름한 사람은 결국 자살이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자살을 시도해 성공하거나 실패한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다룹니다. 그들은 정말 죽고 싶었던 것일까? 왜 어떤 이들은 자살에 성공하고, 어떤 이들은 실패하는가?

 

이 책은 단순히 죽지 말고 살아라, 자살은 나쁜 것이다라고 결론짓는 책이 아닙니다. 그간 출간된 자살 관련 서적은 주로 자살자들을 다루는 정신과 전문의가 쓴 것이었습니다. 다분히 학술적이고, 다분히 통계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런데 이 책은 본인이 오래도록 자살을 시도해온 철학자가 쓴 글이기에 자살에 대해 더없이 친밀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자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며, 지금 당신이 품고 있는 생각이 정말 논리적인 최선의 선택인지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 판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신선하고 놀랍습니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어 파고들고 또 파고듭니다.

 

자살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실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들조차도 자살에 관해 깊이 고민해보거나 진지하게 토론해보지 못했다는 점은 비극 중의 비극입니다. 이 책이 자살에 관한 우리의 얕은 생각을 무너뜨리고 좀더 깊고 넓은 사유로 이끌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자살에 관해 연구한 철학자 중 실제로 자살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자살은 논리적인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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