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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마주할 결심
스즈키 유스케 지음, 명다인 옮김 / 밀리언서재 / 2025년 4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24시간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만큼 소름 끼치는 일이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불편하고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기 우리가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스즈키 유스케가 집필한 신간, 또 다른 나를 마주할 결심은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내가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사건이나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영원히 잊지 못할 중요한 이벤트를 겪고 나면 우리 안에는 그 일에 대한 흔적이 남습니다. 그 흔적은 우리의 정신과 미래에 계속해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트라우마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트라우마가 또 다른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우리는 이 트라우마가 불편하기 때문에 가상의 벽을 세워두고 트라우마를 벽 바깥으로 넘겨버립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법인 셈이죠. 문제는 벽 바깥으로 미뤄버린 존재 또한 나라는 것입니다. 나와 완벽히 상호작용하진 않으나 필연적으로 나인 존재,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또 다른 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것은 인간에겐 일종의 생존 전략과도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애초에 또 다른 나는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에 중요한 순간에 나 대신 나서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턴 현실의 내가 또 다른 나의 밑에서 조종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또 다른 나는 어둠 속에서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 책은 또 다른 내가 나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상세히 파헤쳐 나갑니다.
부모로부터 착한 아이의 삶과 우수한 성적을 강요받는 것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습니다. 외모나 체형 등으로 지적을 받는 것이 상처로 각인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쌓이며 또 다른 내가 만들어 집니다. 이것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어떤 형태로 분출될지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저자는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내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경우에 상처를 받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잊고 있었던 오래된 사건이 지금의 나를 조종하는 것만큼 황당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회 불안 장애로 세상에 나가지 못하고 방 안에 은둔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발표를 하지 못하는 발표 공포증도 직장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트라우마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까? 과거에 묻힌 상처투성이 자신을 외면한 채 겉으로 드러난 감정만을 해결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 안의 욕구와 상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참 좋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스즈키 유스케의 또 다른 나를 마주할 결심을 통해 내 안에 숨어 있는 상처를 발견해 보세요.
중간중간 그림을 통해 독자가 처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전달해 주기도 합니다.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또 다른 나를 마주할 결심을 읽으며 트라우마를 넘어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