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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수첩 - 보통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살을 향한 대담한 사유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 황세정 옮김 / CRETA(크레타) / 2025년 3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 사회엔 이유를 댈 수 없는 죽음이 있습니다. 병으로 죽거나 노환으로 죽는다면 죽음의 원인을 고지하지만, 자살의 경우 철저하게 원인을 숨깁니다. 언론을 통한 유명인의 죽음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그러합니다. 우리는 자살이라는 두 글자도 입에 올리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토록 터부시되는 자살에 대해 발칙한 외침을 들려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스가 다케히코가 출간한 신간, 자살수첩은 책의 제목부터 우리를 멈칫하게 합니다. 우리와 함께 세계 최고 자살율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는 자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우리는 자살이 모두 같은 모습일거라고 짐작합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절망 속에 갇혀 있는 한 인간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는 그림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책에선 소설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된 다양한 자살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저자는 자살은 비극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불가해성이라는 측면에서 너무도 매력적인 주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모두 불확실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지금 자살한 사람이 불과 몇년 전까지 자신이 자살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2년 전, 3년 전의 그는 누구와도 다를 것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냈을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출근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잤을 것입니다. 그런 이들이 불과 몇년 뒤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 어떤 것들이 끼어들어 있는지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이 책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양한 사례가 기술됩니다. 어떤 이는 조현병이 발병해 이전과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허무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후 자책감과 자포자기의 사이 그 어딘가에서 명확한 원인을 남기지 않고 떠나간 피의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은 모두 자살할까요? 아닙니다. 동일한 원인을 겪고도 누군가는 삶을 살아가는 선택을 하고, 누군가는 삶을 포기해버리기에 자살의 원인을 추적하는 것은 너무도 난해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수많은 정신과학 서적처럼 자살을 피하는 법이나 힘을 내어 극복하는 법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정신과 의사마저도 여전히 자살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함을 인정하며 그저 자살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접근할 뿐입니다.
자살의 유혹을 받는 이가 이 책을 읽는다고 마음을 바꿔 삶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자살은 평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난해하고 불가해한 것인가를 설명해 줄 뿐입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고 마지막까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살은 삶과 닮았습니다. 백퍼센트 이해하겠다는 각오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없듯 자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조금은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살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그저 터부시하기만 하고 숨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공개적으로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자살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 자살수첩을 추천해 드립니다.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자살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나와 주변을 더 깊이 이해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