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김혜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래 전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에서 히키코모리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습니다. 저런 경우도 있구나 하며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이 불과 십수년 전입니다. 그런데 이제 히키코모리는 우리에게도 더이상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은둔형 외톨이가 수십만을 넘어서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요.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가장 많이 만났다는 호서대학교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김혜원 교수님께서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라는 신간을 통해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전해 주십니다.
당신은 10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 같습니까?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는 청년들이라면 직업이나 가정에 관한 자신의 청사진을 그려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그때 나는 세상에 없을 것 같다고 답을 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단순히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하고, 의미를 찾기 위한 몇번의 시도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후 에너지의 방전과 무기력의 사이클에 갇혀 버린 상태, 그래서 자신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킨 이들이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계속해서 누적되기만 합니다. 누적되고 중첩된 무의 시간들은 청년들에게 공포감을 안겨다 줍니다. 이런 공포감은 도전을 하지 못하게 하고 계속해서 하던 것들만 반복하게 합니다. 중독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게임이든, 인터넷 서핑이든, 루틴에 갇혀 새로움 없는 내일을 지속해 갑니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정말 게임이 재밌어서 하고, 인터넷이 즐거워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지겹고 답답하지만, 새로운 실행을 하기엔 에너지가 부족한 것입니다. 저자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작은 성공 경험, 그 경험을 통해 느낀 작은 기쁨, 기쁨으로 인해 피어난 삶에 대한 작은 기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책에서 놀라웠던 부분은 나를 마주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그 누구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갇혀 모든 시간을 보내기에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은둔형 외톨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진짜 감정을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독으로 도망치지 않고, 거울을 똑바로 바라보고, 나의 상황과 마음, 감정과 상태를 직면하면 우리에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완벽한 변화가 하루 아침에 생기진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갓난아기의 첫걸음처럼 서툰 걸음을 한걸음씩 내딛을 때, 그리고 그 걸음에 점점 익숙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할 수 있고,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알고 있던 은둔형 외톨이는 실제론 너무 좁은 개념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이들만 은둔형 외톨이가 아닙니다. 방문 밖으로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상태만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치유와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 뿐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에 묶여 같은 자리를 배회하는 청년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책을 읽으며 제 편견이 깨어지고 은둔형 외톨이들의 속마음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숨어 있는 외톨이의 감정에 대해서도 공감과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단언컨대 가장 탁월한 책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김혜원 교수님의 신간,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를 통해 우리 주변에 늘 있으나 보이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되시길 바랍니다. 이 책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바로 보게 해줍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숨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품어주며 더 큰 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모든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