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시절 - 파리가 스물다섯 헤밍웨이에게 던진 질문들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지현 옮김, 김욱동 감수 / arte(아르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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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위인은 위대한 모습으로 기억됩니다. 위대한 작가는 위대한 작품으로 기억되고요. 그렇게 세상엔 위대함만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하지만 위대한 이들에게도 미숙한 시절이 있기 마련입니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그러했습니다. 이미 노인과 바다를 통해 위대한 작가가 된 1960년의 헤밍웨이는 자신의 1921년부터 1926년까지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전적 에세이 한 권을 집필합니다. arte에서 출간한 신간, 서툰 시절이 그것입니다.

 

헤밍웨이가 기억하는 파리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본 파리와는 질감의 차이가 있습니다. 무려 백년의 시간 차이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위대한 문호의 글을 통해 해석된 파리는 투박하면서도 섬세하고, 촌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으로 그려집니다. 텍스트를 읽다보면 머릿 속에 잔잔한 흑백영화가 상영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만큼 이 책에 담긴 묘사는 사실적이고 선명합니다.

 

책에는 루브르 박물관이나 개선문처럼 현재도 존재하는 파리의 명소들이 계속해서 언급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도 아무때나 방문할 수 있는 장소에서 헤밍웨이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지점이 참 오묘하고 독특합니다. 파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굴과 게살에 고추를 섞은 멕시코 요리에 화이트 와인을 함께 먹는 헤밍웨이. 백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역사적 인물을 그려본다는 것을 몹시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도대체 헤밍웨이가 언제 실수를 하는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이 서툰 시절이니 헤밍웨이가 무슨 대단한 실수라도 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 책에는 특별한 실수담이나 실패 사례 같은 것이 소개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이미 대문호가 된 헤밍웨이의 눈으로 본 자신의 서툴고 미숙했던 시절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요.

 

이 책은 현대화 되기 전 파리의 감성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숙해지기 전 인간의 감성 또한 전해줍니다.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엔 파리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는 헤밍웨이의 독백이 전해집니다. 그 감정은 파리에 대한 그리움일까요, 청춘에 대한 미련일까요, 미성숙에 대한 부끄러움일까요.

 

헤밍웨이의 걸작 소설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헤밍웨이의 에세이 또한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헤밍웨이의 세계관을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 책, 서툰 시절은 특별한 감성을 전해줄 것입니다. 가난하고 부족했던 시절을 되돌아 보는 노스탤지어의 먹먹한 감성을 통해, 우리가 흘려보내고 있는 젊은 시절에 대한 아름다움을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헤밍웨이의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며 소설에선 느낄 수 없었던 또다른 감성을 읽어보세요. 흑백의 촉촉한 느낌에 젖어 1920년대의 파리를 온전히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게 이 책, 서툰 시절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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