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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 그 소란한 밤들을 지나
정은영.생경.성영주 지음 / 몽스북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이혼은 흠도 아니래.
다들 쉽게 이야기합니다. 사실 쉽게 이야기할 정도로 이혼이 꽤 흔해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남의 이야기일 때죠. 한 사람에게 있어 이혼은 한 인생이 송두리째 뽑히는 것과 같은 고통입니다.
여기 흔하지만 몹시 소란한 밤을 보낸 이들이 함께 쓴 책이 있습니다. 제목이 참 독특한,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가 그것입니다.
나는 읽기 쉬운 맘이야. 당신도 쓱 훑고 가셔요.
누군가에겐 평범한 노랫말로 들리는 한 구절이, 누군가에겐 지축을 뒤흔드는 감정의 폭풍우로 다가온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의 상황이 소란하다는 뜻일 겁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평범한 것이 더이상 평범하지 않게 다가오는 때, 더이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시절이 있습니다.
13년을 보낸 결혼 생활, 이혼후 보낸 7년의 시간, 얼마나 많은 나이테가 쌓이고 얼마나 많은 감정이 오고 갔을까요. 저자는 이 책에서 이별의 과정을 치열하고 촘촘하게 그려냅니다.
미련 남길 바엔 서둘러 아픈 게 나아.
고민했던 시간에 비해 이혼은 생각보다 쉽게 치뤄집니다. 도장을 찍으면 끝인 것이지요. 지난 시간도, 내 감정도, 그저 도장 한 번에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서류 상으론 그럴지 몰라도 이혼 후 정리는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왜 이혼을 힘들어하는 가를 추적하며 어린 시절 가정사와 사랑의 순간들을 끄집어 냅니다. 이혼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얽혀 있습니다. 하나를 없애려면 고구마 줄기처럼 이것저것이 줄줄 딸려 올라옵니다.
이 책은 세 명의 저자가 함께 썼는데, 이별 후 자신을 정리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만 그 방법에 관해서는 각자의 길이 있음이 흥미로웠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기도 하고, 사색하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애써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각자 자신의 방법대로 꾸역꾸역 이별을 소화해 냅니다.
이혼은 이혼 그자체만으로 데미지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바람, 돌싱으로 아기를 키우는 버거움, 나를 오해하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그에 더해지는 몇배의 고통이 덧셈으로, 또 곱셈으로 나를 덮쳐옵니다. 버겁고 힘겹지만 어떻게든 답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그렇게 하루만큼의 고통을 흘려 보냅니다.
이 책은 이별의 과정에 대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상세한 묘사를 전해줍니다. 그 순간의 감정, 그때의 분노, 그 후의 두려움까지 독자가 실제 이별을 겪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저자의 속마음이 해체되고 노출됩니다.
잔나비의 가사는 멋진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실제 감정은 처절하고 구질구질합니다. 그럴듯한 말 뒤에 감춰진 진짜 감정을 드러내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별의 민낯을 보게 됩니다.
이혼의 과정을 알고 싶은 분들, 사랑과 헤어짐의 경계에 서 있는 분들께 이 책,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를 추천해 드립니다. 어쩌면 이별은 만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내 마음의 실체를 더 깊이 들여다 보게 될 것입니다.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