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어려워 넌 어때 - 새롭게 시작된 삶의 질문과 이유들
진민 지음 / 문학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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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진민 작가님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나는 내가 어려워 넌 어때

 

작가님은 신장암이 흉추로 전이된 상태, 즉 4기 암 환자입니다. 5년 생존률이 20%밖에 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미래 앞에 작가님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과거는 선명하지만 미래는 불분명합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이를테면 시한부 판정 같은 것으로 뿌옇던 미래가 코 앞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삶의 끝은 마주한 이는 더이상 어제와 같이 살 수 없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사색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유서도 미리 작성하고, 내 장례식을 어떤 방식으로 치룰지도 미리 생각해보고, 연명치료 거부권도 작성하며 저자는 교차하는 삶과 죽음 앞에 흔들리는 걸음을 내딛습니다.

 

4기 암 환자가 써내려간 에세이라 온통 투병일기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을 줄 알았던 산문집이 의외로 대부분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져 있어 놀랐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껴진 것은 저자가 병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병을 통해 삶 자체를 새롭게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건을 마주했을 때 그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사건에 잡아먹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자는 어려운 삶을 마주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고통은 저자는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변화된 질문을 품게 해주었습니다.

 

이전엔 내 생각이 무조건 맞고, 내가 옳은 길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며 정답을 찾는 것만이 정도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진보와 보수, 페미니즘 같은 신념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죽음을 마주한 후엔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 사람은 그래서 그랬고, 저 사람은 이래서 이랬구나 하며 유연한 생각을 갖게 되고, 더 깊은 포용과 가치관을 가지게 됩니다.

 

탈수와 탈진으로 시달린 후엔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의 선물인가를 알게 되고, 호사다마, 좋은 일을 겪기 위해 거쳐야 할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 가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그녀의 글은 왜 이렇게 경쾌하게 느껴질까요? 독자가 느끼지 못할 저자의 어둡고 깊은 내면이 분명 있겠지만 저자는 자신의 어둠을 한 송이의 꽃으로 피워 선보입니다. 삶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살만한 세상이구나, 내가 누리는 것들이 꽤 괜찮은 것이었구나.

 

여러분은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고 계신가요? 진민 작가님의 첫 산문집, 나는 내가 어려워 넌 어때 를 통해 오늘 우리가 흘려보내는 하루의 소중함을 깨달아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하루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하고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여러분이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되시길 기도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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