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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깨우기 - 몸의 감각을 깨워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법
피터 A. 레빈 지음, 김아영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동안 트라우마, PTSD 등의 단어가 유행처럼 쓰였습니다. 어떤 사건을 겪고 난 후 우리가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정신적인 치료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의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미국의 생물물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피터 A.레빈은 우리가 기억에선 지워버렸어도 여전히 몸에 각인되어 있는 몸의 기억을 연구하며, 자신의 저서인 호랑이 깨우기를 통해 전인적인 트라우마 치료법을 소개해 줍니다.
트라우마 치료는 단순히 기억에서 지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몸과 정신이 함께 치료되어야 궁극적인 해결에 도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식동물인 임팔라는 성장과정에서 수많은 위협을 마주합니다. 새끼 임팔라가 성체 임팔라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겨야 할까요? 우리 생각엔 당연히 임팔라에겐 육식동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당연하지 않나요?
그런데 임팔라에겐 트라우마가 없다고 합니다. 수없는 죽음의 공포를 넘나들며 살아도 임팔라는 트라우마를 겪지 않습니다. 초식동물에겐 선택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도망치는 일만 하면 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회피만 해야 합니다. 그저 무조건반사로 그런 삶을 살기만 하면 되죠.
하지만 인간은 다릅니다. 인간은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입니다. 위험한 순간에 인간은 선택해야 합니다. 투쟁할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투쟁과 회피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인간은 강력한 내적 갈등을 느끼게 되고 이것은 더할나위없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저자는 이 상황을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강하게 밟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자동차가 망가지듯이 인간의 몸도 망가집니다. 이것이 몸에 남는 트라우마입니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트라우마는 심리적 증상임과 동시에 생리적 증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방향은 심리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생리적 증상을 해결하는 방향도 병행해야 합니다.
치료의 과정은 괴롭습니다.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를 내가 인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의 실체를 인지하는 것이 트라우마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몸과 몸의 감각들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알아차리는 것은 자칫 트라우마를 강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선 실제로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나 트라우마 치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그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트라우마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저항의 소용돌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것을 치유하기 위해선 반대 방향의 엄청난 소용돌이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이 과정을 재조정이라고 부르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 우리는 트라우마를 회피하거 묻어두지 않고 트라우마 안에서 우리만의 리듬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각인되어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요? 트라우마의 모든 것에 대한 고찰이 이 책, 호랑이 깨우기에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는 트라우마 치유보다 예방이 훨씬 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분들도 이 책을 읽고나면 다가올 위협과 공포를 이겨낼 나의 강력한 무기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트라우마를 넘어서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 호랑이 깨우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는 더이상 도망치지 않고 나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맞이하게 될 여러분의 오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