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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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한 장의 그림이 수십 글자의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이기주 작가님의 책, 그리다가, 뭉클 은 우리 삶의 평범한 순간을 그림으로 잡아낸 에세이 서적입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은 그림을 통해 특별해집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처음 책을 펼쳐 들면 당황하게 됩니다. 책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습니다. 바로 작가 소개입니다. 작가의 약력도 포트폴리오도 아무것도 소개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 이렇게 구성한 이유를 납득하게 됩니다.

 

이 책을 우리네 평범한 일상과 색다른 것 없는 감정을 담아내 보여줍니다. 작가가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유명 작가의 대단한 작품일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면에선 이 책을 읽고 감정을 해석하는 우리가 모두 이 책의 작가입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단언하여 말합니다. 이 책은 그림을 자랑하는 화보도 아니고, 글을 뽐내는 문학도 아니라고요. 작가를 드러내기 위해 쓴 책이 아니란 겁니다.

 

혹시 평소에 CU 편의점을 자세히 살펴보신 분 계시는가요? CU 편의점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을까요? 사진을 찍더라도 관광지의 유명 장소에 가서 찍는 법이지, 동네 집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별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특별하지 않은 순간을 캡처합니다. 사실 우리네 일상에서 특별하다고 할 순간이 얼마나 될까요? 결혼, 출산, 승진, 여행, 반짝반짝하는 순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잠시뿐이고 우리 대부분의 생애는 평범함으로 채워집니다.

 

저자는 바로 그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냅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평범함은 모두 흘려버리고 특별한 순간에만 집착하는 것은 SNS에 목을 매는 삶과 같습니다. 특별한 순간만이 전부인 양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해 버리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SNS 인스타그램의 대척점에 서 있는 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SNS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한다면 이 책은 숨은 나를 찾아 들어가는 책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겸손하게 했던 고백과는 달리 이 책의 글발은 매우 뛰어납니다.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에 감탄하게 되고, 어떤 문장은 받아적어 따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시작할 때의 첫 터치의 두려움, 실수를 마주했을 때 내 감정을 대하는 법,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료한 일상에 지쳐있는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 그리다가, 뭉클을 추천해 드립니다. 수레바퀴를 도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나를 찾을 수 있고 위로할 수 있고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이 놀라운 책을 통해 평범한 우리 일상의 반짝거림을 찾게 되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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