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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언제나 내 편인 이 세상 단 한 사람
박애희 지음 / 북파머스 / 2024년 9월
평점 :
엄마 없는 세상을 상상하실 수 있습니까? 세상 모든 상실이 가슴 아프지만 엄마가 떠나갈 것을 생각하면 도무지 마음이 잡히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누구나 언젠가는 겪을 필연적 현실이지요.
라디오 방송 작가 박애희 선생님께서 집필하신 책,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은 엄마가 떠난 후 엄마에게 띄워 보내는 라디오 방송 같은 책입니다. 엄마가 있을 땐 방송 내용에 대한 엄마의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엄마의 피드백을 받을 수 없지만 딸은 세상을 향해 돌아오지 않을 시그널을 보냅니다.
엄마가 떠난 후 딸은 엄마와의 지난 일상을 되돌아봅니다. 책의 표현대로 사춘기는 부모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엄마에 대한 철없는 비난을 써놓은 일기장을 우연히 엄마가 보게 되었고, 딸은 엄마와 첫 갈등을 겪게 됩니다. 저자는 동화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가슴 속 구슬이 하나하나 깨지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날 소녀의 가슴 속에 있는 구슬이 하나 깨졌습니다. 이제는 이전처럼 절대적인 능력을 갖춘 엄마가 아닌, 현실의 엄마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엄마는 그 후로 하루하루 늙어가고, 딸은 그 후로 하루하루 성장해 갑니다.
누군가 태어나고 자란다면 누군가는 늙고 죽음에 이릅니다. 너무 당연한 세상의 이치가 내 일이 된다면 온 우주가 뒤흔들리는 사건이 됩니다. 엄마는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세상을 떠났고, 선물 같은 아이가 태어났고, 아빠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전혀 특별할 것이 당연한 인간의 삶일지 모르지만,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람에 흔들리고 때론 물에 잠기며 숨 가쁜 하루를 살아냅니다. 저자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하루의 무게를 오롯이 글로 기록해 갑니다.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라디오 작가답게 다른 곳의 글을 인용하는 부분에서도 그러했고, 저자가 직접 쓴 글을 마주할 때도 그러했습니다. 문장의 따뜻한 힘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책입니다.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타 미디어와 달리 라디오는 텍스트를 통해 청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이 책은 온전히 글의 힘으로 엄마와 딸의 감정을 풍부히 담아냅니다.
공감과 위로를 느끼며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만 읽고 자야지 하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잠을 미루고 페이지를 넘깁니다.
마냥 주는 사람, 엄마.
여러분의 엄마와의 오늘은 어떤 모습인가요? 언젠가 다가올 먼 미래의 엄마와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 책을 통해 서로 고백하지 못했던 딸과 엄마의 진심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함께 한 모든 날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고 소중했습니다. 그날을 준비하며 이 책을 읽고 귀중한 문장들을 마음에 새깁시다.
오늘도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하루를 보내세요. 그냥 흘러가는 것 같은 우리의 평범한 하루는 언젠가 기억되고 추억될 그 날이 될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러분의 평범한 오늘을 축복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