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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는 자기애 - 스스로를 상처 내는 사람을 위한 심리학
사이토 타마키 지음, 김지영 옮김 / 생각정거장 / 2024년 7월
평점 :
한때는 바다 건너 다른 나라의 특이한 사례로 전해졌던 은둔형 외톨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사회현상이 되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사회와 단절하고 자신의 세계에 갇힌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히키코모리 치료 전문가로 알려진 일본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이토 타마키는 이번에 자해하는 자기애라는 책을 통해 스스로를 가두고 학대하는 이들의 심리를 파헤칩니다.
이 책에는 자상적 자기애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어려운 표현같지만 조금 풀어 생각해보면 자기에게 상처를 내는 자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뜻 모순적으로 들리는 이 표현은 은둔형 외톨이나 인셀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묘사입니다. 우리가 알기로 인셀은 자기 비하가 심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자기애라는 표현은 왜 등장한 것일까요? 거기다가 자기를 사랑하는 데 자기에게 상처를 낸다는 것은 또 무슨 말입니까?
실제론 자기를 사랑하고 있지만 겉으로 자기 비하와 혐오가 표출되는 이들은 실제론 사회 시스템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즉, 사회에서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 예를 들어 노동의 생산성이나 유전자의 번식, 적절한 사회성 등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에게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기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그릇된 감정을 표출하게 되는 것이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입니다.
실제론 대수롭지 않은 실패가 트리거가 되어 자신을 탓하거나 비하하게 만들고 더이상의 도전이나 시도를 막아 은둔형 외톨이 상태로 들어가게 하는데, 이 과정은 실제로 자신이 죽도록 미워서라기보단 자신을 사랑하기에 자신을 보호하려는 잘못된 방식이 작동한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자기긍정감, 자존감 같은 포지티브한 자기애가 있다면 자상적 자기애처럼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네거티브한 자기애도 있습니다. 이 책은 나르시시즘 자체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애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그것이 왜곡되고 뒤틀린 경우를 찾아 수정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책을 읽으며 나르시시즘과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기존의 생각 자체가 뒤바뀌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자기 혐오가 아닙니다. 입으로 아무리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자신을 비하해도 실제론 지독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기 자신을 끔찍히 사랑한다고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기를 사랑해서 자기를 지키려고 자기를 학대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이토 타마키의 명저, 자해하는 자기애를 통해 사회적 책임에 묶여버린 은둔형 외톨이의 실상을 살펴보고, 내 안에 작동하고 있는 안전욕구와 나르시시즘, 인정욕구에 대해 알아 보세요.
여러분은 인정욕구에서 얼마나 자유로우십니까?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과 잣대를 그대로 나에게 들이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책, 자해하는 자기애가 여러분의 뒤틀린 시각을 바로 잡아 줄 것입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