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 첫 번째 이야기
양승복 외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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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시아 문학상을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디멘시아 문학상은 치매에 관한 소설과 수기를 선정해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는 참 고마운 공모전입니다.

 

이번에 디멘시아 문학상 수상작 중 수기 부분 우수작을 모아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첫 번째 이야기라는 단행본이 출간되었습니다. 수기 부분 수상작을 모은 것이기에 그 어떤 글보다도 현실적이며 생생한 내용이 가감 없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문장력에 감탄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수기 부분이라 할지라도 문학상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이어서 그런지 문장과 전개가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극적입니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낫 가는 여인이 이러한 디멘시아 문학상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작품은 디멘시아 문학상의 출품 조건이 그러하듯 치매 환자의 가족이나 돌봄 종사자가 쓴 내용이어야 합니다. 수기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제 있었던 일을 기록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하게 진행됩니다. 화자가 치매 할머니에 대해 설명한 후 할머니가 회상하신다며 운을 띄웁니다. 그러자 이어서 할머니의 관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치매 할머니는 노련한 이야기꾼이 된 양 자신의 과거와 생각을 극적으로 표현해 갑니다. 실제 할머니의 이야기를 기록한 수기이면서 동시에 마치 소설처럼 등장인물이 말하는 참 특별한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TV나 유튜브를 통해 치매 환자의 모습을 볼 때면 우리 안에 막연한 편견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영상으로 담아내는 치매 환자의 모습은 어떤 면에서 상당히 전형적이고 평면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담긴 치매 환자의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입체적입니다. 환자의 생각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환자의 가족과 돌봄 종사자의 시선 등 다양한 주변인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체험하며 치매 환자의 안과 밖을 상세하게 묘사해 나갑니다.

 

저에게도 치매는 상당히 낯선 영역이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 치매 환자의 상태나 주변인의 심리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이야기에는 힘이 있습니다. 문학상 수상작의 깊이 있는 문장력으로 풀어낸 치매의 이야기는 단순한 의학적 상태를 넘어 치매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만들어 줍니다.

 

같은 병을 앓고 있음에도 환자마다, 가족마다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모두 다릅니다. 우리 보통 사람의 삶이 그러하듯 치매 환자의 삶도 제각각입니다.

 

이 책은 치매에 대한 편견을 벗기고 한 인간으로서, 또 친구이자 선배이자 어른으로서의 치매 환자를 자각하게 도와줍니다. 우리와 똑같은 인생을 살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며, 자녀를 훌륭하게 양육해 낸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두가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어떠면 치매와의 공존은 반드시 좋은 이야기와 그를 통한 공감이 선행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 지금도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을 이 땅의 치매 가족의 삶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온 마음을 다해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첫 번째 이야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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