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구절이지 않습니까? 아마 일본 소설 중 가장 유명한 구절 중 하나로 꼽힐 이 구절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의 첫 문장입니다. 현대에도 영화로 제작되고, 인간실격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최근까지도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왜 청년들에게 지지를 받을까요? 지금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수십 년 전을 살았던 옛날 사람인데 그의 어떤 면이 2024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을 자극한단 말입니까?

 

그에 대한 답을 전해주기 위해 이번에 북다에서 놀라운 기획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중 청춘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선보이는 것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x 청춘은 잡지 등에 수록된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을 모아 그가 말하고자 했던 청춘에 대한 고민을 전해 줍니다.

 

다자이 오사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청년, 그리고 부끄러움일 것입니다. 청년의 삶을 살다 요절한 작가가 전하는 부끄러움. 다자이 오사무의 삶은 그렇게 묘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부끄러움이라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읽다 보면 어딘가 이상합니다. 작중에서 대뜸 소설가에게 따지고 드는 여성 독자가 등장하는데, 자기 입장에서 자기 할 말만 계속 늘어놓고 화도 내었다가 억울해 하기도 했다가 하며 감정과 생각을 토해내기만 합니다. 소설가에게 편지를 보내 자기 입장을 전하는 데 나중에 가서는 소설가가 쓴 등장인물이 자신을 차용한 것이라며 분개하기도 합니다. 결국 담판을 짓겠다고 소설가의 집을 찾아간 여성 독자는 소설가가 자신에겐 큰 관심이 없었으며 자신을 차용해 등장인물을 만들기는커녕 편지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여성 독자는 소설가가 쓴 소설이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가상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여성 독자가 느끼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전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간단하게 읽자면 그저 착각한 여성의 민망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이야기를 다자이 오사무와 청춘이라는 키워드로 엮으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됩니다. 다자이 오사무를 작중 소설가에게 대입해 보면 현실 세계에서 그가 겪었던 오해와 풍문,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한 고찰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자이 오사무를 여성 독자에 대입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설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다자이 오사무의 무너진 현실 세계와 소설을 통해 일탈했던 그의 모습을 대입해 보면 소설을 현실이라 믿고 등장인물과 소설가를 뒤바꿔 생각하는 여성 독자의 모습이 다자이 오사무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부끄러운 모습으로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청춘에 대입해 본다면 어떨까요? 실제 현실이나 남의 입장과 상관없이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 계속해서 생각을 키우고 정답을 만들다가 막상 실제 세상으로 나아가 현실을 마주한 후 상처받고 부끄러움을 겪는 모습이 미숙한 청춘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읽는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읽는 다자이 오사무의 글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청춘은 청춘처럼 읽어가니까요.

 

부끄러움이 많은 청춘을 고민하고 있다면 다자이 오사무 x 청춘을 읽어보세요. 불꽃처럼 살다 간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통해 청춘에게 주어진 무거운 괴로움을 조금은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청춘에게 다자이 오사무 x 청춘을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