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문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반드시 거론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이름이 낯설다고요?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떻습니까?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연출작으로 유명한 영화 라쇼몽이 바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언제 적 사람인데 신간이 나온단 말입니까? 더 이상 새롭게 출간될 작품이 있긴 한 걸까요? 북다 출판사에서 출간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x 청춘은 잡지에 실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12편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책 전체가 기승전결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도 아니고, 조금은 자유롭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모음집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 책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색깔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주는 책이 되었습니다.

 

완전히 지쳐 있고 어깨와 목덜미가 결리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청년, 이 묘사를 보고 청춘이라는 낭만적인 단어가 쉽게 떠올려 지십니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에 그려진 청춘의 모습은 우습게도 가장 청춘답지 않은 모습이면서 동시에 누구보다 현대의 청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복잡하면 여행을 다녀와 리프레시해보라는 주변의 조언도 요즘의 조언 같습니다. 조언을 듣고 여행을 다녀와도 마음의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도리어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모습도 요즘의 청년 같습니다.

 

도쿄 외곽의 쌀쌀한 하숙집, 먼지투성이 카페 밖의 철도 건널목, 제방 위에서 비스듬히 가지를 뻗고 있는 메밀잣밤나무 등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에선 분명히 일본스러움이 느껴지고 현대와 다른 분명한 과거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인물 묘사로 들어가면 너무나도 현실적인 현재 청춘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은 마치 수십 년 전 일본을 배경으로 현재의 청춘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꿈이라는 작품의 등장인물인 화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내면적 불안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화가는 카펫을 밟으며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촉감을 즐기다가 문득 카펫의 뒷면은 무슨 색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두려운 마음에 카펫을 들춰보지 못합니다. 꿈을 꾸고 망상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지 자신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망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현실을 확인하는 것은 청춘에게 가장 두려운 일일 것입니다. 명확한 현실을 확인하는 것, 진실을 마주하는 것, 내 상황과 수준을 인식하는 것은 청춘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계속해서 망상과 타협하고자 하는 마음과의 치열한 싸움이 필요한 일입니다.

 

현실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것도 3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것입니다. 그가 청춘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차마 받아들이지 못했던 현실은 무엇인지, 어떤 마음이 그를 두렵고 우울하게 했는지, 청춘의 고민과 괴로움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어려운 책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x 청춘을 통해 청춘의 나약한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이 책이 우리 청춘의 불안정한 모습을 현미경으로 비춰 보여줄 것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x 청춘을 통해 버겁지만, 찬란한 청춘의 생생한 이면을 살펴봅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