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 - 매일이 새로 시작되는 엄마의 세상
박지은 지음 / 북스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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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습니다. 엄마가 엄마가 아닌 순간이 없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달라졌습니다. 엄마가 엄마가 아닌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박지은 작가님의 신간, 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치매를 앓는 엄마를 마주한 딸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에세이 서적입니다.

 

저자의 엄마는 누구보다 깔끔한 사람이었습니다. 먼지 한톨 용납하지 않았고, 냉장고에 무슨 재료가 있든 뚝딱 한상차림을 해내는 멋진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엄마 집이 조금씩 더러워집니다. 먼지가 쌓인 창틀, 정리되지 않은 집안, 냉장고엔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재료들이 썩어 갑니다.

 

치매는 정말 무서운 질병입니다. 몸이 아픈 환자는 아픈 몸 때문에 성격의 변화가 생길 순 있어도 여전히 그 사람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치매에 걸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전과 180도 달라져도 여전히 엄마는 엄마인 걸까요?

 

책에 기록된 엄마와 딸의 모습은 독자들을 숙연하게 만들 정도로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됩니다. 실수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대하는 자신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는 딸, 마치 모니터 화면으로 한 가정을 들여다 보듯 텍스트만으로도 디테일한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책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도 탁월하지만 더 나아가 그 상황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분석해 줍니다.

 

집안에 여러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치매 가족은 인생에서 처음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것일테고, 당연히 당황하고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의 특정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나면 반드시 그에 대한 후속조치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하여 설명해 줍니다. 마치 독자들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가 자신의 걸음마다 이정표를 남겨 놓듯이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하세요 라는 가르침을 깔끔하게 요약하여 전해 줍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실종 신고를 해야 했던 에피소드 뒤엔 치매 환자의 실종 신고에 대한 팁들, 예를 들어 인식표 착용에 대한 조언과 지문 사전등록제 같은 낯선 시스템, 치매 앱을 통한 배회 감지 서비스 등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생생한 최신의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평소 경찰과 이웃에 얼굴을 알리고 밝은 옷을 입히며 수시로 옷차림 사진을 찍어 놓을 것 등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실질적인 팁도 빠짐없이 전해 줍니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의학 서적으로서도 기능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에피소드에 대해 이 상황에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부모라면 누구나 급하게 찾아 읽는 육아 가이드북 처럼 매순간 필요한 가르침을 필요한 때에 찾아볼 수 있는 놀라운 책입니다.

 

감성적으로도 울림을 주지만 동시에 지극히 이성적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채워주는 참 고마운 책, 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를 통해 치매 보호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워보세요. 이 책 한 권을 책꽂이에 꽂아 놓고 언제고 꺼내어 읽는다면 실수를 줄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위기상황을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치매 환자를 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모든 보호자들에게 이 책, 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를 진심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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