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 예민한 나에게 필요한 반경 5m의 행복
나오냥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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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한량이라 칭하는 저공비행 토끼, 나오냥의 책이 드디어 한국에 출간되었습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합니다.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이 책은 그림 에세이지만 그림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림책 작가가 쓴 책 답게 먼저 그림으로 직관적인 메세지를 전해주지만 동시에 풍부한 텍스트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해 줍니다.

 

주인공 토끼는 그야말로 일본스러운 환경에서 괴로워 합니다. 주변의 시선, 사회적 압박, 실수에 대한 무관용 등 개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사회의 1인으로서만 존재하기를 강요받습니다.

 

이것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의 한국에서 더 강렬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MZ와 기성세대의 갈등, 초년생들의 잦은 퇴사는 과거 일본의 사회적 문제였다면 이제는 우리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 갈등의 한복판에 나오냥이 서 있습니다. 토끼는 대범하진 않지만 조금씩 소심한 일탈을 해나갑니다. 꾸준함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대범하게 포기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굽신거리기를 요구하는 집단에서 긍정적인 표현으로 내 의사를 전달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대단한 혁명이나 도전은 아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딱 한 뼘만큼의 반항을 하며 자신의 행복을 지켜 냅니다.

 

SNS를 보며 인싸들의 유흥에 끼지 못해 속상하신가요? 나오냥은 인싸에 비해 아싸가 재정적으로 얼마나 이득을 보고 있는가를 계산하며 아싸의 우월성을 설파합니다. 누구나 나이를 들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고독을 미리 겪는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아싸이기에 더 빨리 이룰 수 있는 성장도 있음을 전해 줍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은 이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나인데 어쩌겠어"

 

괴로운 일도 있고, 무안했던 일, 자신을 한심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어떻게 모두 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한 번 괴로워하고, 또 한 번 울고 난 후 씩씩하게 이 말을 읇조립니다. 하지만 이게 나인데 어쩌겠어.

 

이 책은 누군가 요구하는 내가 아닌, 그냥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줍니다. 주인공은 그냥 나로서 살아갑니다. 다른 무엇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내가 가진 조건과 환경에서 조금씩 성숙해져 갑니다.

 

얇은 볼륨과 많은 그림에 비해 은근히 텍스트가 많은 책입니다. 읽을 거리도 생각할 거리도 많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자신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토끼입니다.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토끼의 모습을 보며 오늘도 한심한 하루를 보냈지만 얼마든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해줄 수 있음을 배워갔으면 좋겠습니다.

 

내 인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께 이 책,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아주 아주 조금씩 나만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장을 경험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한 성장이 아닌, 그저 나를 위한 성장을 위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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